"연금고갈 같은 국가적 필요성만 운운…저출생 정책 역효과"

저고위-홍석준 의원 정책 세미나 공동 개최
서용석 카이스트 교수 '세대론' 해법 제안해
'이미지 세대' 개인주의·공정성 등 성향 집중
"콘텐츠로 가족의 가치 강조하는 것 효과적"

다층적이고 복잡한 저출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적인 대책뿐 아니라 젊은 세대의 가치관과 인식, 이들이 갖고 있는 두려움에 초점을 맞춰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전문가 제안이 나왔다.

서용석 카이스트(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저출생·고령사회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방송의 역할' 정책세미나에서 'CLA로 바라본 저출생 원인과 대안'을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CLA'(인과계층분석·Casual Layered Analysis)는 사건·현상-구조적 요인-세계관-신화와 은유 등 4가지 층위에서 사회적 문제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서 교수는 저출산의 원인과 해소방안을 이 4가지 층위에서 접근해 분석했다.

서 교수는 저출생이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결혼·출산 기피 ▲여성 교육 확대로 경제활동참여 증가 ▲가계 사교육비 부담 증가 ▲결혼제도 경직성 ▲근로여건 악화 ▲주택문제 등 구조적 원인 외에도 개인주의와 양성평등, 물질주의, 전통·종교적 가치 희석 등 가치관 변화와 심리적 원인이 중첩된 결과라고 봤다.

그러면서 "국가가 정책으로 결혼과 출산을 제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어떤 가치관의 변화가 혼인과 출산에 영향을 미쳤는지, 출산을 망설이는 여성과 가족이 무엇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지 이해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현재 임신·출산 장려 정책의 주요 대상이 되는 1990~2010년 출생자, 이른바 '이미지 세대'는 청년실업, 세월호 참사, 촛불혁명 등을 경험하며 공정성과 극단적 배타성, 주관적인 자기 표현 등의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 교수는 "이미지 세대는 정부에 대해 낮은 신뢰를 보이고 있고 성장보다는 분배를 더 중요한 가치로 본다"며 "이념보다는 젠더, 외국인, 지역 등 사회문제에 대한 견해차가 크다"고 인식의 차이점을 짚었다.

서 교수는 3대가 함께 사는 주거 공간과 문화를 형성해온 독일 베를린의 '크리에이티브하우스'(Kreativhaus) 사례를 언급하며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세대 간 이해를 높이고 상생할 수 있는 21세기형 가족·이웃·마을 커뮤니티 구축이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한 저출생 정책을 논의할 때 연금 고갈이나 경제적 손실 등 국가 차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뿐이며, 개인의 가치관적·심리적 접근으로, 특히 유튜브 등 젊은 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미디어를 통해 결혼과 자녀 양육의 기쁨, 가족의 가치와 소중함을 보여주는 것이 출산율 하락 완화에 더 효과적이라고 봤다.

서 교수는 "급격히 진행 중인 인구구조 변화는 우리 사회가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도전과제"라면서 "기존 정책의 강화나 수정이 아니라 정치·사회·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변혁을 갖고 포괄적으로 대응해야 할 거대한 환경변화"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국민의힘 홍석준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구 고령화와 노동시장의 변화: 세대 간 갈등에 대한 함의'를 주제로 정년 연장과 외국인 인력 도입 등의 현안으로 향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을 진단했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인구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변화의 필요성'을 주제로 심각한 인구 위기가 5~10년 내에 급증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지방소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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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