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택시 사납금 제도, 노사 합의했어도 무효"

1심서 벌금 130만원…2심서 무죄 판결

노사간 합의에 따른 택시업체의 사납금 제도라도, 개정된 여객자동차법에 따라 무효로 보는 것이 타당하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7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A씨는 강서구에서 택시업체를 운영하며 퇴직한 근로자 4명의 퇴직금 중 합계 765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근로자 4명 중 3명은 사납금을 납입해야 함에도 이를 납입하지 않았고, 그 미수금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 이들에 대한 퇴직금 채권과 상계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한명의 근로자의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3일 이상 결근했기 때문에 근로관계가 자동 종료됐으며, 총 근로기간이 1년에 미달해 퇴직금 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1심에서는 A씨에게 벌금 13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미납금을 퇴직금에서 상계한 것에 대해서는 "미납금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근로자들과 상계에 대한 합의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채권으로 이들에 대한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근로자 중 1명이 300만원의 가불을 받아 발생한 채권을 퇴직금에서 상계한 것에 대해서는 "퇴직금에서 공제하는 것에 대한 합의가 있었던 만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또 무단결근의 사건에 대해서도 "해당 근로자가 무단결근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는 원심 유죄 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납금 제도에 대해 "A씨가 운영하고 있는 법인택시의 경우 이른바 '사납금제'를 운영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단체협약에서 '가불금, 벌과금, 운송미수금 등'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A씨 입장에서는 이미 발생한 운송미수금 등을 퇴직금에서도 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을 개연성이 상당히 크고, 이에 따라 A씨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단결근으로 인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도 "실제 피해자가 근무한 기간은 정확히 1년"이라며 "실제 1년 이상 근무한 것인지 여부에 관해 A씨에게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A씨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대법원은 여객자동차법 개정에 따라 '운송사업자는 일정 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해 수납하지 말고 운수종사자는 이를 납부하지 말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를 강제규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이 일정 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해 수수하는 행위가 금지됨을 명확히 해 사납금제의 병폐를 시정하겠다는 신설 경위와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해당 규정은 강행법규로 봄이 타당하다"며 "설령 이에 반하는 내용으로 사용자와 노동조합과 사이에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합의는 무효"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사용자인 A씨가 사법상 효력이 없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을 내세워 근로자에게 지급할 퇴직금 중 1일 최저운송수입금 기준 금액 미달 부분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며 "따라서 A씨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는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무단결근으로 인한 퇴직금 미지급 건에 대해서도 "A씨가 근로자를 무단결근 사유로 당연퇴직 처리하고, 퇴직금 미지급 사유로 삼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또 징계절차를 거쳤다는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록상 근로자에게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거나, A씨가 이 사건 회사가 그와 같은 절차를 거쳤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원심 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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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