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 참사' 돈 주고 철거공사 따낸 업체 대표 집행유예

참사 직후 수사 시작되자 증거인멸 교사도

 건물 붕괴 참사가 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정비사업 4구역 내 철거 공사를 따내기 위해 브로커에게 금품을 건네고 관련 수사가 시작되자 증거 인멸을 지시한 업체 대표가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도시·주거환경정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철거업체 다원이앤씨 대표이사 이모(47)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이씨의 지시로 붕괴 참사 직후 불법 재하도급 공사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같은 회사 임직원 2명에게는 각각 징역 4~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표이사 이씨는 2018년 7월부터 2020년 6월 사이 재개발 공사 계약 브로커인 문흥식(63)씨 등 2명에게 '학동 4구역 조합장에게 조합 발주 석면 철거 공사를 따내게 해달라'고 청탁해 두차례에 걸쳐 금품 5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와 임직원은 2021년 6월 발생한 붕괴 참사 직후 불법 재하도급 공사업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다원이앤씨 사무실 내 컴퓨터 본체 7대와 하드디스크를 교체·폐기하거나 이를 교사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다원이앤씨는 계약 브로커 청탁을 통해 실제 해당 재개발구역 내 석면 철거 공사를 수주했으며 재개발지 내 '지장물 철거' 공사도 다른 건설업체 명의로 수주해 이를 불법 하도급했다.

참사 직후 불법 재하도급 업체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자 대표 이씨의 지시로 임직원 2명은 사무실 내 컴퓨터 본체를 교체하고 기존에 있던 하드디스크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렸다.

또 인멸한 증거들을 사무실 밖으로 갖고 나오는 모습 등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 저장장치를 삭제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부장판사는 "계약 체결 대가로 건넨 금품 액수가 적지 않다"며 "그러나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반성하고 있거나 자수한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다원이앤씨를 비롯한 다수 업체에서 돈을 받고 공사 수주 알선활동을 한 브로커 문씨는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열린 2심에서 문씨는 일부 혐의 무죄가 인정돼 징역 4년·추징금 5억원을 선고 받았다.

학동 4구역 조합을 둘러싼 계약 비위로 공사비가 대폭 줄었고 2021년 6월9일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건물이 시내버스를 덮쳐 17명이 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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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