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학생에 써달라"…장학금 남기고 떠난 故 한경화 교사

지난해 10월 투병 중 별세
화봉중, 졸업생 5명에 장학금

"우리 손자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너무 감사한데 알릴 길이 없어서 메일을 보냅니다."

자신을 울산 북구에 사는 박모 할머니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16일 취재진에 보낸 메일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 할머니는 "화봉중에 다니는 손자가 졸업식에서 장학금을 받았다"며 "담임선생님께서 아파서 돌아가셨는데 그 선생님이 장학금을 주셨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감사해서 테레비(텔레비전)에 알려보고 싶어서 복지관 선생님께 물어서 메일을 보낸다"고 적었다.

해당 학교에 확인한 결과 사연의 주인공은 지난해 10월 지병으로 별세한 교사 고(故) 한경화(46·사진) 씨다.



고인은 지난해 3월 울산 화봉중에 부임해 두달여 근무를 하다 5월부터 지병이 악화돼 병가를 내고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생전 유서 형식의 메모를 남기곤 했다. 그 메모 중에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에 남편 손규상씨는 “아내의 마지막 뜻이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 마지막 근무지인 화봉중에 장학금을 기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학금은 장례식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부의금이다.

손 씨는 “장례식장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이 찾아왔다”며 “부조라는게 갚을 수 있으면 좋은데 대상이 학생이라 그럴 자신도 없어서 받은 만큼 학생들에게 돌려주는게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에 화봉중은 올해 졸업한 3학년 학생 중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모범이 되는 학생 5명에게 장학금 30만원씩을 전달했다. 또 내년 졸업생 5명을 선발해 나머지 장학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고 한경화 선생님은 1977년생으로 지난해 1학기까지 울산 화봉중에서 교편을 잡았고, 전임 학교인 울산 신정중에서도 학년 부장을 맡는 등 평소 학교 업무와 학생들을 위한 교육활동에 모범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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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