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숨진 지 1년…"내일 특별법 처리하라"

전세사기 피해자 1주기 맞아 국회 앞 기자회견
"여당, 내일 본회의서 특별법 처리되게 합의하라"
"국토부 '국민 혈세 수조 투입'은 근거 없는 주장"
"죽음으로 탄원할 수밖에 없던 피해자 외면 말라"

인천에서 2000채가 넘는 주택을 보유하며 전세 사기를 벌인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1주기를 맞아 피해자들이 한목소리로 '선(先) 구제 후(後) 구상권 청구'를 골자로 한 특별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 및 통과를 촉구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첫 번째 희생자가 세상을 떠난 지 1주기가 되는 날인데 아직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 개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당 국민의힘은 내일(2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특별법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안건 상정에 합의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어제(27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 안건이 통과됐다. 특별법 개정안이 국토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지 62일만"이라며 "그러나 국회법에 따르면 교섭단체 대표의원들이 특별법 개정안에 합의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해진다. 국민의힘이 합의하지 않으면 총선 이후에야 법 개정이 가능해지는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별법 제정 당시, 정부와 국회는 6개월마다 개정을 약속했지만 이미 9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정부·여당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을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어제 국토교통부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한 특별법의 '선 구제 후 회수' 조항이 시행되면 수조원 규모의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들의 평균 보증금은 1억2711만원이고, 최우선변제금 대상이 아닌 후순위 피해자가 48.6%로 추정된다. 피해자가 2만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최대 3706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3706억원과 관련해서도 보증금의 30% 이상 회수가 가능한 경우 등을 따져보면 실제 들어가는 세금은 훨씬 더 줄어든다"고 부연했다.

직접 발언에 나선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1년 전 인천 미추홀구의 청년은 억울하고 막막한 현실에 더는 못 버티겠다며 자신의 죽음으로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죽음으로 탄원할 수밖에 없던 희생자의 상황이 남 일 같지 않다"며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와 여당에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및 야당은 전날(27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단독으로 직회부했다. 이들이 본회의에 직회부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혹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관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서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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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