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사료전집 재조명, 5·18을 공공의 기억으로 완성해야"

44주기 맞아 '나-들의 오월, 기록을 만나다' 학술대회
정수남 교수 "역사의 대중화·민주화 실현 과정 필요"

5·18민주화운동 10주기를 맞아 발간된 구술집 '광주오월민중항쟁사료전집'(오월사료전집)을 통해 파편화된 개인의 5·18 기억을 재조명하고 공공의 영역으로 이끌어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16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기록관 7층 강당에서 '나-들의 오월, 기록을 만나다'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1980년 오월 광주에 대한 개인의 경험, 시민 공동체, 집합적 오월의 기억들이 기록을 통해 어떻게 남겨지고 계승되는지 살피고자 열렸다. 이틀 동안 진행되는 학술대회는 이날 개회식과 제1회의 구술기록 연구를 시작으로 이튿날인 17일 문서기록 연구·세계문화유산 연구로 이어진다.

이날 구술기록 연구 발표에 참여한 정수남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발제 '광주오월민중항쟁사료집의 문화적 의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오월사료전집의 의의를 분석, 후대의 재조명을 촉구했다.


오월사료전집은 한국현대사회연구소가 지난 1988년부터 2년 동안 광주 지역 5·18 항쟁 참여·피해자 499명의 당시 구술을 채록해 발간한 최초의 5·18 관련 구술집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발간된 현대사 구술집이자, 전두환 집권 종료 직후 용기를 낸 5·18 항쟁 참여·피해자들의 실명과 목소리를 담았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정 교수는 오월사료전집의 발간이 국가에 의해 공식화된 역사에서 배제되거나 억압됐던 목소리가 공적으로 드러내는 계기였다고 평가, 전집에 기록된 개인의 5·18 역사를 공공의 기억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폭력에 희생된 평범한 소시민들이 항쟁 서사 주변으로 밀려나는 것에 착안, 5·18과 연관된 모든 이들 각각의 생을 담는 새 서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정 교수는 "오월사료전집을 공공의 역사로로 만드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공공의 역사는 역사의 대중화 또는 민주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실현한다"며 "오월전집을 활용하는 작업은 인간의 존엄에 대한 무의식적 흥분 또는 잔혹성에 대항하려 한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숭고한 몸부림과 초민주적 경험의 지평을 드러내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의미부여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영화 '서울의봄'에 오국상(노재현) 국방부장관 역할로 출연한 김의성 배우도 참여했다. '배우이자 시민의 목소리로 듣는 서울의 봄'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 배우는 5·18과 자신의 인연을 소개하며 "영화의 성공은 우리 사회에 몇 가지 화두를 던졌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는 군사반란에 대해 국민이 심판하는 장을 마련했다. 전두환은 내란죄로 사형선고까지 받았지만 훗날 풀려나 부와 권력을 누리다 편히 세상을 떠났다. 영화는 숨진 전두환을 시민의 법정으로 끌고 나와 다시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군사반란을 저지하기 위한 참군인들이 역사적으로 재평가돼 국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40년이 지난 비극의 역사를 영화적 상상력과 엮어 새로운 세대들에게 또다른 역사교육의 장을 제공했다"며 "의미 있는 예술작업에 참여할 수 있어 뜻 깊은 시간들이었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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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