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정권 첫 비판 독일단체 민건, 광주왔다…묘역참배

창설 50년 민주사회건설협의회, 5·18 광주 참배

5·18민주화운동 직후 서슬퍼런 전두환 신군부 아래서 모두가 숨죽이고 있을 때 해외에서 전두환의 정권찬탈 시도를 비판하고 지적한 민주 단체가 광주를 찾았다.

18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민주사회건설협의회(민건)는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기 5·18 정부기념식 행사에 참여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오월 광주를 찾은 이들은 분연한 항쟁의 역사가 서린 이곳 현장에 오는 것이 처음이다.

단체 회원들은 민주묘지 1묘역과 망월묘역을 둘러보며 산화한 오월 영령과 민족민주열사를 향해 예를 갖췄다.

단체는 지난 1974년 박정희 정권의 '동백림사건'으로 얼어붙어있던 한인동포사회 속에서 출범했다. 서유럽에 거주 중인 한인들 중 194명이 간첩 활동에 연루됐다는 중앙정보부의 발표에 따라 박정희 정권을 향한 불신과 민주화 열망이 움트던 시기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지원에 힘입어 그해 3월1일 회원 55명을 두고 출범한 민건은 곧 대한민국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민주화운동 시도에 힘을 보탰다.

4·19혁명과 인혁당 재건위 사건, 김대중 납치사건 진상 등을 공부하고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서독 한인 사회에 알렸다. 필요시에는 서독 총리나 방송사 등지에 탄원서나 성명서를 보냈다.

민건은 5·18 선혈이 채 지워지지도 않았을 1980년 6월15일 '민족의 한을 풀자! 광주시민봉기의 역사적 교훈'이라는 사설을 민주한국에 게재한다.

민건은 사설을 통해 '유신잔당 우두머리 전두환 일파의 총검에 수천의 우리 부모 형제가 살상당한 산 역사의 증인 광주는 다시 인류에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인간백정 전두환의 손에 떨어졌다'며 전두환 신군부를 맹렬하게 비판했다.

'광주시민봉기는 동학농민혁명이후 우리 피속에 흐르는 민중혁명정신의 새로운 발현'이라고 평가하며 '광주의 무서운 진실은 머지않아 전국 범위에서 전민중의 진실로 바뀔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이 사설은 해외 민주 단체가 5월 광주를 지켜보며 내놓은 최초의 비판이기도 하다.

민건은 서베를린 중심 지역인 쿠담 거리에서 회원과 동포들을 모아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나아가 서독 시민들을 모아 5월 광주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거나 진상규명을 위한 단식 투쟁, 모금운동에도 나섰다.

민건의 역할은 후대 해외 단체의 민주화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받는다.

김귀옥 한성대 교수는 "민건이 발표한 사설은 '민주화'라는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출범한 해외 단체가 내놓은 5·18 연대 성명 중 최초라고 볼 수 있겠다"며 "엄혹했던 독재 시대 해외 동포의 민주화운동 서막을 연 민건은 우리 현대사 한 페이지 안에서 기억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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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주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