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같은 광주시의회' 지방정치에도 돌풍이 불까?

드라마 '돌풍', 광주정치와 오버랩
의장선거 권력투쟁에 야합·비정함
현실정치 '정치는 산수 아닌 수학'

최근 넷플릭스 정치 드라마 '돌풍'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불의와 부패를 쓸어내겠다는 신념을 가진 박동호(설경구 분)와 그를 막아 기득권을 지키고 더 큰 권력을 잡으려는 정수진(김희애 분)의 물고 물리는 숨 막히는 싸움은 현실 정치의 축소판이다.

돌풍이 방영을 시작한 비슷한 시기, 광주시의회에서도 지방의회 권력을 잡으려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서사가 쓰였다. 출연진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주시의원들.



광주시의회 의장 선거 등 후반기 원구성을 둘러싼 민주당 의원들의 행태는 드라마 돌풍의 전개와 상당부분 오버랩 된다.

극중에서 정수진(김희애 분)은 "정치는 산수가 아니야, 수학이지. 변수도 있고, 상대가 모르는 미지수도 있어"라며 정치의 노련한 속성을 드러낸다.

현실도 같았다. 광주시의회 후보 중 약체들이 연대라는 명분으로 야합을 한 끝에 선두 후보를 침몰시켰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처럼 '감투'를 놓고 달콤하고 은밀한 거래가 오고갔음은 당연지사다. 지방의원 공천권을 쥐고 있는 광주지역 국회의원들도 의장 경선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

'모든 후보와 친분이 있는 정치인은 확실한 내편이 아니다'는 것도 표 분석 결과로 나타났다. 겉으로는 관계가 좋은 것이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흐릿한 선명성은 비정한 현실 정치에서 배제되기 십상이다.

드라마에서 박동호(설경구 분)는 "거짓을 이기는 건 진실이 아니야, 더 큰 거짓말이지"라고 자주 되뇐다. 진실이 드러나더라도 그건 나중의 일이고, 지금 당장은 정의롭지 않더라도 거짓을 덮을 더 큰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실의 지방정치인들도 누군가는 야합과 은밀한 거래 과정에서 분명 자기암시를 했다.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빛을 쫓기보다는 당장 눈앞의 어둠을 선택해야 한다고.

드라마는 박동호가 타락한 기득권과 야합하기도 하지만 썩어가는 세상을 쓸어내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제물로 바치기에 시청자들에게 속 시원함을 안겨준다. 정의롭고 청순가련한 학생운동권 출신인 정수진이 타락한 거물급 정치인이 돼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몰락하는 과정도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인다.

광주시의회는 오는 8일 임시회에서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한다. 전체 의원 23명 중 민주당 소속이 21명으로 사실상 민주당 독점구도다. 후보 등록 결과 드라마 같았던 민주당 경선 결과가 그대로 반영됐다.

의장은 민주당 단독 후보. 2명을 선출하는 부의장은 민주당 2명, 국민의힘 1명이 입후보했다. 구도상 주연은 민주당, 조연은 국민의힘이다. 광주시의회에도 '돌풍'이 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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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