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입찰 담합' 68명 재판행…5천억대 규모

심사위원, 업체끼리 '레이스' 붙여
수수자 취득 '6.5억' 전액 추징보전
"감리업체-심사위원 유착관계 규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건설사업관리용역(감리) 업체 선정 과정에서 수천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심사위원 등 68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용식)는 감리업체들이 지난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공공발주 감리 입찰에서 이른바 '용역 나눠갖기' 등으로 총 94건, 낙찰금액 합계 약 5740억원 규모로 담합한 행위에 대해 법인 17개사, 개인 19명을 입찰 담합으로 인한 공정거래법위반 등으로 기소했다.

이들은 낙찰자를 미리 정해 들러리를 서주는 등의 방법으로 ▲LH 발주 용역 79건(계약금액 약 5000억원) ▲조달청 발주 용역 15건(계약금액 약 740억원)에 대해 부당공동행위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LH가 공지하는 연간 발주계획을 기준으로 낙찰 물량을 나눴는데, 2020년에는 전체 물량의 약 70%를 담합업체가 나눠 가졌다.

2022년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2023년 4월 인천 검단 자이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당시 감리를 담당했던 업체들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또 지난 2020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교수, 공무원 등 심사위원 18명과 '좋은 점수를 달라'는 취지로 청탁을 한 감리업체 임직원 20명을 특가법위반(뇌물) 등으로 기소했다. 이들 중 심사위원 6명과 임직원 1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주요 감리업체들은 지난 2019년 3월 '종합심사낙찰제' 도입으로 심사위원의 정성평가 비중이 늘어나자 서로 들러리를 서주는 등의 방법으로 담합을 시작했다.



감리업체들은 LH 전관들로 이뤄진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위원들에게 고액의 현금을 '인사비' 명목으로 지급했다. 업체명을 가리는 블라인드 심사였지만, 회사들은 제안서에 특정 문구 등 표식을 남겨 우회했다.

일부 심사위원들은 업체끼리 경쟁을 붙여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게 하거나, 경쟁업체에 꼴찌 점수를 주고 웃돈을 받는 등 300만~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러 업체로부터 동시에 돈을 받는 '양손잡이'도 있었다.


아내에게 "이제 일해서 돈 버는 시대는 지나갔어요. 앞으로 (정년까지) 9년 8개월 남았는데 죽어라고 심사하고 돈 벌어야지요", "여행 가려면 돈 벌어야 해요"라고 문자를 보내거나, 심사 당일 찾아온 업체 영업 담당자에게 차로 태워달라고 요구한 사례도 확인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22년 말부터 양주, 화성, 울산등전국 각지에 소재한 공공·임대아파트 및 병원, 경찰서 등 주요 공공건물의 감리입찰에서 담합을 하고, 낙찰 예정 업체가 용역을 수주받을 수 있도록 심사위원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제공한 사건을 수사했다.

검찰은 금품 수수자들이 취득한 합계 약 6억5000만원 전액을 추징보전 조치했다.

검찰은 "카르텔 형벌 감면제도(리니언시)를 통해 공정위 고발 전 신속하고 집중적인 수사를 진행함으로써 감리업체들의 담합행위 뿐만 아니라 감리업체와 심사위원 사이의 금전적 유착관계를 낱낱이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엔 국토교통부와 조달청, LH 관계자들과 유관기관 협의회를 개최하고 현행 종합심사 낙찰제도의 문제점을 공유했다.

검찰 관계자는 "종합심사낙찰제가 정량아닌 정성 평가를 강조해 개인에게 접촉해 뇌물이나 불법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도 "개선 (방향은) 국토부나 LH에서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수사가 더디게 진행됐다는 지적에는 "실제 수사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며 "수사 과정에서 12000개 가량의 음성 녹취파일을 찾아 들여다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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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