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서 특정 후보 지지 문서 살포
1·2심 모두 유죄…헌재서 위헌 판단 재판 쟁점
대법 "문서 살포 역시 헌법불합치로 볼 수 있어"
공직선거법상 문서 살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공직선거법상 인쇄물 살포를 금지한 법률 조항이 정치적 자유의 표현을 침해하는 등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서울 은평구 증산6구역 재개발추진위원장으로, 민간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같은 구역에서 공공 재개발을 추진하는 다른 단체와 극심한 갈등을 겪어왔다.
A씨는 지난 2021년 4월7일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과 만나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B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도시정비활성화 특보'에 임명됐다.
A씨는 재개발 규제 완화를 내세운 B후보가 시장에 당선될 경우 자신이 추진하는 민간 재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선거일 이틀 전인 2021년 4월5일 'B후보 시장되면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 등의 내용이 적힌 문서 300여장을 주변 건물에 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재판에서 인근 주민들에게 재건축 관련 정책을 알릴 목적이었을 뿐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B후보에게 유리한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었다고 봤다.
다만, 2심 판결 이후 헌재가 사건과 관련된 공직선거법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리면서 재판의 쟁점이 됐다.
헌재는 누구든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광고를 배포하는 행위를 금지한 구 공직선거법 93조 1항과 처벌 조항인 구 공직선거법상 255조 2항 5호 중 '벽보 게시, 인쇄물 배부·게시' 부분, '광고, 문서·도화 첩부·게시' 부분, '인쇄물 살포'에 대해 각각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헌재는 이 조항들이 후보자와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규제기간도 장기간으로 정하고 있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했다.
대법원은 문서 살포 부분이 헌재의 심판 대상은 아니었지만, 인쇄물 살포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단이 나왔기 때문에 문서 살포 역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헌재가 밝힌 이유와 같은 이유에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평가될 여지가 있다"며 "원심은 위헌적 결과를 피하기 위한 공소장 변경절차 등의 필요 유무 등에 관해 심리·판단했어야 하지만 이를 살펴보지 않고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해 결과적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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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