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부검의 공백, 변사사건 처리·장례 지연 우려

국과수 법의관 부재, 수요일마다 '출장 부검’
그나마 임시 마련된 양지공원 납골당 한 켠서
국과수 "지원자 없어…여건 개선 등 방안 모색“

제주도에 시신을 부검하는 '법의관'(법의학 부검의)과 제대로 된 부검실 조차 없어 변사사건 수사와 유족 장례 지연 등의 우려가 나온다.



1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에 따르면 국과수 제주출장소에는 법의관이 결원 상태다. 부검실도 마련돼 있지 않다.

기존 부검은 제주대학교 법의학교실에 마련된 실험실에서 진행해 왔는데, 올해 4월부터 법의학교실 부검의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도내 부검 인력과 장소에 제약이 생겼다.

이에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임시로나마 제주시 소재 종합병원에서 부검이 이뤄졌다. 지난달부터는 제주도의 협조로 제주시 양지공원 묘지 내 납골당 한 켠에서 실시되고 있지만 이 마저도 긴급히 마련된 공간이다.

제주에 법의관은 애초부터 배치되지 않았고 민간 부검의도 현재 부재 중이다. 이 때문에 현재 국과수 본원과 지방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법의관 1명이 매주 수요일마다 제주를 찾아 '돌려막기식' 부검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에서 목요일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장례 절차는 다음 주 수요일 파견을 온 부검의가 부검을 끝낸 이후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날씨가 궂어 항공기와 여객선 결항 사태가 벌어지면 시기는 더 늦어진다.

부검은 변사자의 사인이 불분명하거나 각종 사고사, 범죄에 의한 사망 등이 의심스러울 때 진행된다. 자살, 병사(지병에 의한 사망)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변사사건은 부검을 통해 사인 규명이 이뤄져야만 장례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국과수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법의관이 17명 정도 모자란 상태로 지원 자체를 거의 하지 않는다"며 "올해 세 차례 공고를 진행했는데 2번은 아예 지원자가 없었다. 세 번째 공고에서 1명이 충원됐으나 1명이 퇴직해 사실상 전과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법의관의 경우 같은 경력의 민간 의사에 비해 급여가 절반 가까이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주는 부검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 법의관 대우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신속히 충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제주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제주는 1년에 200여건의 부검을 진행한다. 단순한 변사사건이라도 부검을 통해 타살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며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부검의가 급파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법의관 1명이 상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신이 안치실에 보관돼다 보니 유족들의 장례 관련 민원이 나올 우려도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제주 서귀포시) 위성곤 의원은 앞서 지난 7일 이봉우 국과수 원장과 면담을 갖고 제주 지역 열악한 부검 환경 개선을 위한 국과수 제주연구소 신설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위 의원은 SNS를 통해 "경우에 따라 장례가 최대 10일이나 지연되는 등 도민 분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며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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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