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최대 7억까지 적용…'전세사기 특별법'
간호법…간호사 진료지원 합법화
"양육의무 저버린 친부모 상속권 박탈"…'구하라법'
여야 합의로 민생법안 통과시킨 건 22대 국회 처음
간호법 제정안과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등 28개 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5월 말 개원한 22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민생 법안이 처리된 것은 처음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을 재석 290명 가운데 찬성 283표, 반대 2표, 기권 5표로 가결했다. 개혁신당 이주영·이준석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고, 국민의힘 고동진·김민전·김재섭·인요한·한지아 의원은 기권했다.
간호법 제정안은 진료지원(PA)간호사를 법제화해 이들의 의료 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PA간호사 업무 범위는 임상경력 등을 고려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업무 범위를 '검사와 진단, 치료, 투약, 처치'라고 명시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야당은 시행령으로 정하자고 대치했다. 여야는 전날 소관 상임위 소위에서 결국 시행령으로 정하기로 절충했다.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PA간호사는 이미 현장에 투입돼 의사 일부 업무를 대신하고 있으나 현행법엔 PA간호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이들의 역할을 명문화해 의료 행위를 법적으로 보호하자는 게 법안 제정 취지다.
간호법 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직역 갈등이 우려된다며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하지만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PA간호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여야가 합의 처리했다.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배제하는 구하라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286명 가운데 찬성 284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2019년 처음 발의돼 정치권이 논의를 시작한 지 약 6년만이다.
구하라법은 양육의무를 불이행한 친부모에 대해선 상속을 제한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상당 부분 논의가 진척됐지만 지난 5월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에 대한 여야 이견으로 본회의 처리가 불발되면서 결국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재석 의원 295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개정안은 LH 등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지원하거나,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피해자들이 LH가 제공하는 공공임대 주택에서 기본 10년 동안 거주하고, 더 거주하기를 원할 경우에는 시세 대비 낮은 비용으로 최대 10년 더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요건인 보증금 한도는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했다. 피해지원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2억원을 추가로 인정할 수 있어 최대 7억원 구간 세입자까지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다.
기존 정부안에는 없던 이중계약 피해자도 구제받을 수 있도록 했고, 경매 차익이 10년간의 임대료에 미치지 못할 때는 정부와 지자체가 재정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담았다. 전세 사기 유형과 피해 규모 실태 조사 결과는 6개월마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된다.
예금보험료율 한도의 적용 기한을 이달말에서 외환위기 및 저축은행 부실 등 과거 구조조정 비용 상환이 완료되는 2027년 12월31일까지 연장하기 위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도 재석 290명 중 찬성 289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의원입법을 통해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원회가 오랜 기간 공전하면서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개정안이 폐기됐다.
국회는 택시월급제 전국 시행을 향후 2년간 한시 유예하는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가결했다.
택시월급제는 일반택시운송사업(법인택시) 기사들이 주 40시간 이상 일을 하고 고정액을 월급으로 받는 제도로 지난 20일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경영여건 등을 고려해 추가 준비작업을 거쳐 2026년 8월20일부터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사회적 배려대상자 등에 대한 도시가스요금 경감 조항을 신설하고,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지원 대상자를 대신해 요금 경감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지원 대상자 범위, 지원 내용·방법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산업통상자원부령에 위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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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