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기업이라 배상 못 받아도 단죄" 日강제노역 피해자 손배 승소

생존피해자·유족, 홋카이도 탄광기선에 손해배상 소 제기
원고 14명에 각기 1200~5000만원 지급 판결…1명만 기각

일제강점기 탄광에 끌려가 고된 강제 노역을 한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현지에서 파산한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광주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나경 부장판사)는 29일 전범기업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 조동선씨와 다른 피해자 유족 등 15명이 홋카이도 탄광기선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장은 '피고 홋카이도 탄광기선은 원고 14명에게 각기 위자료 1200만원~5000만원씩 총 2억8846만7056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나머지 원고 1명의 청구는 기각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소송에는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인 조씨(주민등록 기준 1928년생)가 참여했다. 조씨는 1943년 9월부터 홋카이도탄광기선 신호로나이 광업소에 끌려가 강제 노역을 했다.

나머지 원고들의 부친이자 세상을 떠난 강제동원 피해자들도 일제에 끌려가거나 회유에 속아 1935년부터 1944년 사이 일본 현지 신호로나이·유바리·만지 탄광 등지에 강제 노역을 했다. 이들 모두 탄광에서 격한 육체노동을 하고 학대와 구타, 차별을 감당해야 했다. 보잘 것 없는 식사로 배고픔에 시달렸고 임금도 거의 받지 못했다.

피해자 5명은 강제 노역 과정에서 갱도 붕괴 등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나머지 피해자들도 광복 전후 간신히 귀국했지만 여생동안 기침, 객혈, 호흡곤란, 각기병 등 후유증으로 고통 받다가 사망했다.

피고 기업인 홋카이도 탄광기선 측은 1995년 일본에서 기업이 파산 면책한 점, 강제동원 피해가 입증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항변했다.

피해자 지원단체인 강제동원시민모임 이국언 대표는 선고 직후 "피고 전범기업이 파산한 뒤 명목상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만큼 원고들은 소 제기 당시 승소하더라도 실제 물적 배상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 지 소송 실익이 고민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유족들은 사법적 기록, 역사로라도 남겨서 단죄하겠다는 간절함이 있어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피해자들의 절절한 마음을 우리 정부가 읽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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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