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유족 상처도 어루만진 한강…"왜곡·폄훼에 병든 마음 위로"

'소년이 온다' 통해 5·18 시민군 문재학 열사 조명
문 열사 유족 "5·18 진실 투쟁에 수백배 효과 감사"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고 투쟁해온 우리의 마음이 책 한 권으로 위로 받았습니다."

인간 내면의 폭력성과 본능을 고찰해온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대한민국 근현대사 속 국가폭력에 저항한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가 재조명받고 있다.



5·18 당시 시민군에 참여, 계엄군에 최후까지 맞서다 숨진 고(故) 문재학 열사(당시 15세)를 모티브로 한 '소년이 온다' 작품을 통해 깊은 위로를 받은 문 열사의 유족은 한강의 수상 소식에 감회가 남달랐다.

문 열사의 누나 문미영씨는 11일 "왜곡·폄훼에 병든 마음을 위로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문씨는 "매년 5월이 오면 동생 생각이 나면서 정신적인 고통이 엄습한다. 두렵고 떨려서 감히 책을 읽을 엄두를 못내고 있다"며 "감내하고 삭이는 것 만이 스스로의 5월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방법이라 생각해왔다"고 돌이켰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 전해진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은 묻어둔 5·18을 꺼내들어 재조명하는 또다른 계기"라며 "특히 아직도 5·18을 향한 왜곡과 폄훼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관심과 이해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5·18을 이해하고 세계에 널리 알려준 한강 작가에게 다시한번 감사를 전한다"며 "'소년이 온다'의 존재는 5·18 피해 당사자들이 수백일 넘도록 길거리에서 투쟁해온 날들의 몇 백 배의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전했다.

'소년이 온다' 속 주인공 병호의 모티브가 된 문 열사는 1980년 광주상업고등학교 1학년 재학 도중 5·18을 마주했다.

문 열사는 광주시내를 지나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동창이었던 양창근 열사가 숨져 있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과 함께 시민군에 합류했다.


문 열사는 5월22일부터 옛 전남도청에서 시신을 수습하거나 유족을 안내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5월25일 어머니 김길자 여사의 절절한 귀가 호소에도 '초등학교 동창이 죽었다. 계속 남아있겠다'고 밝혔다.

문 열사는 시민군과 계엄군 사이 최후항전이 벌어진 5월27일 새벽 같은 학교 동급생 고 안종필 열사와 함께 옛 전남도청을 사수하다 숨졌다.

5·18기념재단도 '소년이 온다'에 "국가폭력의 역사적 고통을 담았다"고 평가했다.

재단은 공식 성명을 통해 "한강 작가는 지난 2014년 발간한 '소년이 온다'와 2021년 제주4·3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를 내놓으면서 한국이 겪은 국가폭력의 역사적 고통을 소설을 통해 담은 바 있다"며 "특히 '소년이 온다'는 1980년의 5·18민주화운동의 경험을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작품은 영미권에서도 '휴먼 액트(Human Acts)'라는 제목으로 번역 소개된 이후 20여개 나라에서 출간돼 5·18을 해외에 알리기도 했다"며 "오월을 알리는데 힘써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강 작가는 지난 10일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위원회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위원회는 한강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역사의 상처와 직면하고 인간 삶의 부서지기 쉬움을 노정한 강렬한 시적 산문'을 높이 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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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