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례 보훈청에 유공자 등 등록 신청했지만 반려
행정소송 1심 "국가유공자·재해보상군경 비해당"
항소심 "군 복무 중 조현병 발병 또는 악화 인정"
45년여 전 군 의무복무 중 선임병 구타 등으로 조현병 증세가 나타났다고 주장한 예비역은 '보훈보상 대상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양영희 고법수석판사)는 육군 예비역 A씨가 광주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보훈보상 대상자 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 A씨의 항소 중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 처분은 적법하다. 이를 제외한 항소는 받아들인다. 광주보훈청장은 A씨에 대한 보훈보상 대상자(재해 부상군경) 요건 비해당 결정 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A씨는 1978년 육군 포병부대에 배치 받아 관측병으로 복무하던 중 1980년 5월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군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석달여 만에 '전환 신경증' 진단에 따라 복무 기간을 마치지 못하고 전역했다.
A씨는 '군복무 중 겪은 심한 육체적 노동, 사고와 폭행 등 육체적·심리적 외상 경험으로 정신질환이 악화됐다'며 2005년부터 2020년 사이 세 차례에 걸쳐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으나 번번이 반려됐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재심의 요구 시정 권고에 따라 A씨는 2021년 보훈심사위원회에 다시 유공자 등으로 등록해달라고 신청했다.
이번에도 보훈심사위는 "A씨의 조현병은 직무 수행이나 교육 훈련이 직접 원인이 돼 발병했거나 직무 수행이나 훈련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돼 발병 또는 급격히 악화됐다고 판단되지 않는다. 공상 군경·재해 부상 군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입대 전 건강이 양호했고 정신질환·가족력이 없었던 점 ▲훈련 중 선임병들의 구타 등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점 ▲적절한 관리·치료를 받지 못해 정신질환이 악화된 점 등을 들어 행정 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유공자·재해 부상군경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는 보훈청의 처분은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부대 배속 전까지는 건강 상태가 양호했고 조현병 관련 증상도 없었다. 1979년 초 훈련 이후부터 조현병 관련 증세들이 뚜렷해졌고 전역 이후 1985년부터 현재까지 관련 치료를 받고 있다"며 "의료 기록을 봐도 '군대에서 구타당한 뒤 피해망상과 가족에 대한 폭력성 등이 나타났다'고 줄곧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함께 복무한 전우가 선임병 구타 피해 사실을 확인서와 국민권익위 진술로 밝힌 바 있다. 당시 병영 문화에 비춰 구체적인 조사나 공식 자료의 작성이 아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부대 안에서 '심한 육체 작업을 하면 좋아질 것"이라는 처방을 받는 등 제대로 된 치료나 관리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그러면서 "의무복무 중 해당 질병의 발생 또는 악화가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돼 상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 A씨는 재해 부상군경 요건은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타당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국가 수호·안전 보장 또는 국민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 수행 또는 교육훈련 과정에서 조현병까지 이르게 된 스트레스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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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본부 정병철 보도국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