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장세일·곡성 조상래 나란히 당선…"이기고도 진 듯" 자성론 일기도
3野 대결서 진보 돌풍, 혁신 선전에 진땀…"그래도 尹 심판론"에 힘실려
민주당 독점 지역정가, 지각변동 예고…난타전에 심각한 후유증도 우려
전국적 관심 속에 치러진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선거에서 원내 1당, '호남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두 곳 모두 축배를 들었다.
이례적인 야권 3파전에서 민주당은 진보당의 돌풍, 조국혁신당의 선전에 혼쭐이 났고, 당내에서조차 "상처 많은 영광(榮光)" "이기고도 진 것 같다"는 냉혹한 평가가 나왔다. 텃밭 수성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선거전이 '당 대 당 전면전'으로 치달으면서 '기표소 민심'이 조직력과 정권 심판론을 앞세운 민주당으로 기운 것으로 풀이된다.
혁신당과 진보당의 존재감에 지역 정가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게 됐고, 치열한 난타전으로 심각한 선거 후유증도 우려된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영광·곡성군수 재선거 개표 결과, 오후 11시 현재(개표율 66.87%) 영광에서는 민주당 장세일 후보가 유효투표의 40.92%(2만1066표 중 8622표)를 얻어 진보당 이석하, 혁신당 장현, 무소속 오기원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전국 첫 농민군수'를 꿈꾼 이석하 후보는 31.36%, '준비된 군수'를 자부해온 장현 후보는 26.06%로 나란히 낙마했으나, 민주당 대항마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오기원 후보는 1%대 지지율에 그쳤다.
곡성에서는 민주당 조상래 후보가 55.26%(1만5753 중 8706표)로 농민 출신 혁신당 박웅두 후보(35.85%, 5648표), 국민의힘 최봉의 후보(3.48%, 549표), 무소속 이성로 후보(5.39%, 850표)를 누르고 당선을 확정했다.
민주당은 "총선에 이어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에 대한 2차 심판이고, 지역 발전과 민생을 챙길 충실한 지역일꾼 역할을 해 달라는 민심의 주문"으로 받아들였다. 이례적으로 원내 야3당 간 대결에서 승리했다는 점도 의미가 적잖다.
그러나 냉철한 평가도 적잖다. 민주당의 동반 승리지만, 영광에선 과반에 실패했고, 곡성에선 가까스로 과반 지지선을 넘어섰다. 전남 전체 지역구 10곳 모두, 광역·기초자치단체장 23곳 중 19곳, 전남도의원 61명 중 57명을 민주당이 점유하는 등 '민주당 일극 체제'가 뚜렷한데다 당 대표가 3차례나 지원 유세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표'인 셈이다.
자연스레 자성론이 나온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이기고도 진 것만 같다. 개운치 않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쉽지 않은 선거였다. 상처도 많다"고 밝혔다.
거꾸로 진보당 입장에서는 차기 지방선거 전초전으로 평가받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아성을 뒤흔들 수 있는 대항마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했고, 혁신당은 영광, 곡성 모두에서 3분의 1의 지분을 확보하며 '전국 대중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 4월 재보궐선거, 2026년 6월 제9회 지방선거, 나아가 2028년 총선에서 다당 권력구도에 따른 지역정가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분할 구도가 고착화될 경우 전남지사 선거를 비롯해 상당수 지자체장 선거에서 민주당과 혁신당, 진보당 등 다자 간 혈투가 빚어질 수 있고, 민주당 일색인 지방의회에도 지분다툼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광과 곡성이 포함된 국회의원 선거구 전체에도 어떤 식으로든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광은 담양, 함평, 장성과 한 선거구를 이루고 있고, 곡성은 '순천·광양·구례·곡성 을' 선거구의 일부다.
이런 가운데 선거 막판까지 역대급 네거티브가 이어져 선거 후유증도 우려된다. 재산 축소 신고 의혹과 금품 수수설, 유권자 퍼나르기 논란 등이 끊이질 않아 실제 선관위 조사나 경찰조사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호남에서는 매우 드물게 3개 정당이 치열하게 싸운 선거였고, 3당 모두 적잖은 비율로 표를 나눠가진 점도 주목할 대목"이라며 "호남정치 다극화, 호남 권력 분화의 시발점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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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함평 사회부 차장 / 김민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