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피의자 경찰서 현관 앞서 도주, 10시간 만에 검거
사건 보고서 유출에 음주운전 잇단 적발…시민 폭행 행패도
올 1~9월 징계 16명…"자성 목소리 높아" "온정주의 안 돼"
전남경찰이 피의자 도주부터 잇단 음주운전과 주취 행패에 이르기까지 기강 해이로 홍역을 앓고 있다. 내부에서조차 고강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자성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10시20분께 나주경찰서 본관 앞에서 폭행 신고 현장에서 불법체류 사실이 확인돼 압송되던 30대 태국인 남성이 달아났다.
그는 순찰차 뒷좌석 문이 열리는 순간 호송 경찰관을 밀친 뒤 50여m 떨어진 경찰서 정문을 향해 무작정 달려 높이 1.5m 상당의 철제 구조물을 넘어 도주했다.
체포 당시 수갑을 차지 않고 있었고, 도주 직후 추적에 실패한 경찰은 도주극 10시간이 지난 17일 오전 8시30분께에야 검거했다.
경찰은 출입국관리법 위반·도주 혐의 등으로 태국인 남성을 조사하는 한편, 감찰을 통해 호송 중이던 지구대 경찰관들의 피의자 관리 부실 여부를 살피고 있다.
민감한 피해자 개인 정보 등이 담긴 강력 사건 보고서를 무단 유출하는 일도 발생했다.
전남경찰청 소속 A경감은 일면식도 없는 10대를 다짜고짜 살해한 박대성(30)의 범행 직후 사건 발생 보고서를 가족 등에게 유출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이달 중순 입건됐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기승을 부리는 음주운전에 대대적인 단속이 펼쳐지고 있지만 정작 전남경찰 소속 경찰관 4명과 행정관 1명이 적발돼 눈총을 샀다.
지난 6월19일 함평경찰서 모 파출소장인 B경감은 혈중알코올농도 면허 취소 수치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광주 광산구 한 지하차도 보호 난간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 강등 징계를 받았다.
나주경찰 소속 C경위는 지난 7월26일 오전 1시50분께 나주시 빛가람동 한 주차장에서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주차장 시설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시민 신고로 음주운전 사실이 들통난 C경위는 강등 징계를 받았다.
앞서 지난 5월14일에는 나주경찰 소속 D경장이 술자리가 끝난 뒤 귀갓길 음주운전을 하다 광주 도심에서 적발됐다.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면허 정지 수치에 해당하는 음주 상태였다.
여수경찰 소속 E경장도 5월7일 광주에서 여수까지 출근길 숙취운전을 하다가 고속도로 요금소 단속에 적발됐다.
D경장과 E경장 모두 감봉 또는 정직 징계를 받았다.
나주경찰 소속 행정관도 면허취소 수치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신호 위반 교통 사고를 내 송치됐다.
전남청 기동대 소속 F경사는 지난 6월19일 오전 목포시 상동 한 거리에서 술에 취해 '주차 차량 후사경을 파손한다'며 항의하는 시민을 때려 입건됐다가 합의해 형사 처벌 만은 면했다. 다만 경찰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 '감봉 1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 밖에도 근무 기록을 조작해 초과근무수당 370만원을 부정 수령한 경감이 감봉 징계 처분을 받기도 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남청 소속 경찰관 징계는 총 1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떠들썩했던 인사 브로커에 금품을 건네 승진 청탁 비위를 저지른 경정 2명·경감 3명 등이 1심에서 잇따라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올해 5월 모두 파면됐다. 이들 외에도 금품·향응 수수 비위로 경감 2명이 감봉 또는 견책 징계를 받았다.
음주운전 비위 관려 징계 대상자는 4명(행정관 제외)이었다. 이어 품위 손상 2명, 직무태만 2명, 성희롱 1명 순으로 나타났다.
경찰관들의 잇단 일탈과 범법 행위는 시민들의 공권력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민들의 법 집행에 대한 경시 또는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조직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전남경찰 소속 한 경찰관은 "잇단 범법 행위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잇따르고 있어 안타깝다. 지난해 중간 관리자급인 경정·경감들의 승진 청탁 비위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가뜩이나 뒤숭숭한 분위기인데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르고 있어 청 내부에서도 우려와 자정 필요성의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일선 경찰관은 "법 집행 기관인 만큼 책무에 더 충실해야 하고 직업윤리 의식도 높아야 한다. 개인 일탈로만 치부할 일도, '우리 식구니까' 식의 온정적 태도로 숨길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엄격한 잣대로 소속 경찰관 비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고 청렴·책임 등 기본 소양과 윤리를 되짚어볼 때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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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본부 정병철 보도국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