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법인 복귀 길 터줘"…교육부, 사학법 시행령 개정 논란

최근 학교법인 정이사 선임 추천권 규제 조항 삭제
비리 등으로 해임 전력 있는 협의체에 추천권 제한
이주호 "사분위 자율성 확보" 해명…野·교육계 비판

교육부가 비리 등으로 내쫓긴 사립학교 전직 운영진에게 학교법인 이사 추천권을 확대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비리 등으로 해임된 전력이 있는 사람이 포함된 협의체에게 사립 학교법인 이사 후보자 추천권을 제한하던 법적 조항을 삭제하는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8일 공포했다.



교육부(사립대)와 시도교육청(사립 중·고교)은 감사로 중대한 회계부정 비리를 적발하는 등 학교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한 사립학교에 대해 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의 이사진 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이렇게 사립학교법에 근거해 이사진이 내쫓기는 경우,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개입해 임시(관선)이사를 선임한다. 법인 이사는 학교법인이 직접 선임하나 그럴 사정이 못돼 이사를 보내는 것이다.

다만 사립학교 법인 임시이사 임기(3년)가 지났거나 학교가 정상화됐다고 판단될 때, 사분위는 지체 없이 회의를 열어 정식 이사 선임 절차를 밟도록 돼 있다.

사립학교법 시행령은 이 때 사분위가 해당 사립 학교법인 임시이사를 제외한 현직 정이사나 전직 이사진으로 구성된 협의체의 의견을 듣도록 정해져 있다.

종전 법령은 이 과정에서 해임, 파면, 취임승인 취소 전력이 있는 이사진이 포함된 협의체에 한해서는 추천권을 제한했다. 해당 협의체가 추천하는 후보자가 전체 이사진의 과반수 미만이 되도록 규제해 왔었다.

교육부의 이번 개정으로 해당 조문이 삭제된 것이다.

과거에도 사분위가 비리 사학에 면죄부를 줬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자,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법령이 개정돼 '구 재단' 추천에 제한을 걸었었다.

교육부는 개정 이유로 "학교법인 정상화를 위한 사분위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함"이라며 "현재 사분위 심의가 계속 중인 정상화 사안에도 적용한다"고 밝혔다.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감사에서도 교육부를 향해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영호 교육위원장은 "사학 비리 문제도 강조하고 있는데 완화 조치를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삭제된 시행령(조항)을 보면 정말 국민 눈높이에 맞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단체들이 속해 있는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사학국본)도 이날 오전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행령 개정을 무효로 하라 요구했다.

사학국본은 "해당 조항은 사학비리로 얼룩져 교육 현장을 혼탁하게 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사립학교의 민주적 운영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통제장치였다"며 "윤석열 정부는 사학의 자율성 보장을 구실로 이를 무력화하고 비리 사학재단이 학교를 사유화할 수 있는 길을 노골적으로 터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관계 법령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홈페이지에 사전 입법예고조차 하지 않았다"며 "사회적 논란과 반대 여론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사분위는 비리로 물러난 사학재단에 과반수 이사 추천권을 부여했고, 비리재단 측 인사들이 학교를 장악하게 되면서 다수의 학교들이 분규에 휩싸였던 것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고 지적했다.

사학국본은 "윤석열 정부 시행령 개악의 속셈은 철저히 사학재단들의 이해와 요구에 복무하는 데 있다"며 "시행령 개악을 주도하고 비리 사학의 대변인으로 전락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즉각 파면하라"고 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사분위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을 지나치게 법령으로 규제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규제를 완화한 것"이라며 "사분위 내에서 자체 규정을 만들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