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혁당 재건위 사건 연루돼 억울한 옥살이
法 "국가 형벌권, 엄격한 증명으로 정당화"
"오늘 판결이 아주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
유족 측 "4명 무죄…10여명 재심 청구해야"
박정희 정부 시절 이른바 '통일혁명당(통혁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16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고(故) 진두현씨가 재심을 통해 48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남성민·송오섭·김선아)는 31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고 진두현씨와 그의 공범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고 박석주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통혁당 사건은 1968년 8월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대규모 간첩 사건이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주범 김종태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남한에서 반정부·반국가단체 활동을 했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통혁당 재건위 사건은 1974년 11월 보안사령부가 민주수호동지회에서 활동하던 진두현씨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통혁당을 재건하려 했다고 발표한 공안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17명(민간인 15명·군인 2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중 진씨는 1976년 사형을, 박석주씨는 징역 10년을 확정받았다. 진씨는 16년간 옥살이를 하다 감형돼 1990년 출소했고 지난 2014년 세상을 떠났다.
진씨와 박씨 등 유족은 이들이 보안사 수사관들로부터 불법 구금, 가혹행위 등을 당해 허위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취지로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형벌권 대상은 법률의 실체적 진실을 엄격한 증명으로 밝힐 때 정당화될 수 있다"며 "엄격한 증명을 위해서는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리 결과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취지의 진술은 보안사에 의해 불법 구금돼 가혹행위 당한 이후 임의성(자발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걸로 보인다"며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령 피고인들 진술의 임의성이 인정돼 증거능력을 인정해도 그 진술 내용은 재심 청구인들이 제출한 여러 객관적인 증거와 배치돼 신빙성 없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증명이 부족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반세기·반백년이 흘렀지만 그 가족들은 여전히 그때의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 이 판결이 피고인들과 유족들에게 아주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방청석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고, 눈물을 닦는 사람도 있었다.
선고 직후 진씨의 배우자 박삼순씨는 "아이들하고 약 50년 동안 고생했다"며 "오늘부터 마음을 놓고 잠 잘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울먹였다.
이들을 진씨 등을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는 "민간인 15명 중에서 지금까지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은 분은 이동현씨와 박기래씨인데 오늘 진두현, 박석주씨까지 무죄를 선고받았다"며 "아직 재심 청구하지 않은 10여명을 검찰이 찾아서 대신 재심 청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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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