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에서 여자 친구 목을 조르고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20대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박진환)는 13일 오전 10시 316호 법정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살인 혐의로 기소된 A(24)씨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을 진행하고 결심 절차를 이어갔다.

검찰은 1심에서 선고된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취지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A씨 측은 양형부당을 비롯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으며 자수한 부분을 감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 측에서 정신 감정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측에서 모두 피고인 신문 절차를 생략하자 결심 절차가 진행됐다.

검찰은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있으며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해 생명을 앗아간 것은 복구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A씨에게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고 유족에게 사죄했다"며 "당시 24시간 환각이 지속되는 필로폰을 연속으로 투약해 심신미약 상태였고 범죄를 예견해 투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피해자 사망을 알고 매우 절망했으며 마약으로 소중한 것을 모두 잃었다"며 "씻을 수 없는 죄에 살아 숨쉬는 것도 괴롭지만 앞으로 속죄하는 마음을 갖고 살겠다"고 했다.

이에 피해자 측 변호인은 A씨가 저지른 범행이 잔혹하며 2차 가해로 유족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형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오는 29일 오전 10시 A씨에 대한 선고를 이어갈 방침이다.

앞서 A씨는 지난 3월 20일 오전 7시 30분께 대전 서구 탄방동의 한 다가구주택 원룸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로 여자 친구인 B씨 목을 조르고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다.

당시 A씨는 B씨의 이성 문제 등으로 말다툼을 벌이다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약 2일 전부터는 필로폰을 5회에 걸쳐 투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의사 결정이 미약했다는 등 심신미약이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심신미약 상태에 빠지게 해 법률상 감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필로폰에 취해 잘못이 없는 피해자를 살해하고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잔혹하게 살해해 죄질이 나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하고 약물 중독 재활 프로그램 80시간, 추징금 60만원, 보호관찰 5년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