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서 여친 폭행 사망케한 혐의
검찰 "피해회복 안돼" 징역 10년 구형
법원 "일반적 교제살인 유형과 다르다"
"의도적으로 살해한 의도 인정 어려워"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과의 연인 관계를 알렸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폭행해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의도적 살해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안동범)는 6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이모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은 우리 사회의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하지 못해 이유를 불문하고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는 26살의 젊은 나이에 앞날을 경험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으며, 피해자의 유족들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며 피고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행 수단과 결과를 살피면 피고인이 신체적으로 연약한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강하게 폭력을 행사했고, 나아가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위해 적절한 구급 조치를 하지 않고 피해자 상태를 악화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범행 동기를 살피면 피고인은 피해자와 연인으로 교제 중 자주 다퉜지만,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지속적인 폭행 관계에 있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은 범행 직전 다툼을 피하고자 오피스텔에서 나가려고 했다가 피고인을 따라 나온 피해자를 폭행했다"며 "범행 경위를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우발적으로 폭행하며 상해치사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른바 교제살인 내지 폭행살인의 일반적인 유형으로 교제를 원하지 않는 여성에 대해 보복 의사로 계획적인 살인 범행에 이른 것과 사인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 평범하게 살아왔고 이 법정에서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후회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아울러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해 상해를 가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을 넘어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살해 의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결심 공판에서 "이 사건 범행 경위나 정도 등을 봤을 때 중대 범죄일 뿐 아니라 피해자가 사망했음에도 피해 회복이 전혀 안 이루어졌다"며 "피해자 유족들은 여전히 A씨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인 피해자 A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씨는 A씨와 오피스텔 내에서 말다툼을 하다 침대 위로 밀어 넘어뜨렸고, 자리를 뜨려는 자신을 A씨가 쫓아와 머리채를 잡자 화가나 벽으로 세게 밀어 충격을 받게 하고 정신을 잃고 쓰러진 뒤에도 폭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그후 인근 주민이 나타자나 이씨는 A씨를 오피스텔 1층으로 데려갔고, A씨가 자신을 때릴 것처럼 행동하자 다시 벽으로 밀어 의식을 잃자 그 상태로 방치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범행 직후 이씨가 119에 "A씨가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해서 넘어져 다쳤다"는 취지의 거짓 신고를 해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혼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약 3주 동안 혼수상태로 지내다가 결국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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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