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 된 스위스 그뤼예르 치즈 美서 아무나 생산 가능

미 법원 '그뤼예르는 일반화된 용어' 판결
일반 용어는 상품명으로 사용 불가능 판단
스위스서 생산된 치즈 아니어도 명칭 가능

유럽에서 그뤼예르 치즈는 강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견과맛이 나고 약간 촉촉해야 하며 탄력이 중간 정도이고 덩어리진 것이 없어야 한다. 또 자동차 바퀴모양으로 만들어야 하고 무게는 25~40kg에 과일향이 반드시 느껴져야 한다.

무엇보다 12세기부터 그뤼예르 치즈를 생산해온 스위스 그뤼예르 지방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것이 스위스가 정한 그뤼예르 치즈의 자격이다.

그렇지만 미국에서는 그뤼예르 치즈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지난주 미국 연방법원이 판결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판결은 미국 치즈 생산자와 스위스 및 프랑스 생산자들 사이에 그뤼예르 치즈의 규정 요건을 두고 벌여온 소송에서 내려진 것이다.



미 버지니아동부지방법원 T.S. 엘리어트 3세 판사는 지난달 판결문에서 "그뤼예르라는 단어가 한때 특정 치즈를 생산하는 지역을 가리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는 미국 구매자들에게 일반 명칭이 됐다는 증거가 풍부하다"고 밝혔다. 미국 법률에 따라 일반 명칭은 상표로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스위스와 프랑스의 치즈 생산자들은 자신들의 치즈 이름이 결코 일반 명칭이 아니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뤼예르 생산자조합 이사 필립 바르데는 "이번 판결에 따른다면 작은 치즈, 큰 치즈, 단단한 치즈, 가공 치즈 아무거나 만들어 그뤼예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며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바르데 이사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직접 뉴욕을 방문해 위스콘신주에서 생산된 치즈에 그뤼예르라는 상표가 붙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건 전혀 그뤼예르 치즈가 아니다. 품질이 떨어지는지는 모르지만 맛이 다르다. 내 입맛엔 맞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뤼예르 생산자조합을 대리하는 로펌이 스위스와 프랑스 밖에서 생산된 식료품점, 델리, 식당에 편지를 보냈다. 뉴욕 맨해튼 어퍼웨스트에 있는 고급 식료품점 자바르스에 보낸 편지는 독일산 치즈에 "그뤼예르"라는 상표를 붙여 광고하는 걸 비난하는 내용이다.

로펌이 2017년에 보낸 편지엔 "독일산 그뤼예르는 없다"고 적혀 있었다. 변호사들은 치즈 이름을 "독일산 알파인식" 치즈로 이름을 바꾸라고 제안했다.

커먼 푸드 네임즈 콘소시엄의 임원 겸 국립우유생산자연맹의 전략담당 부사장인 제이미 카스타네다는 12일 판결에 대해 "너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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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