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서 추경안 심사 이어질 예정
전날 산중위서는 25조 증액 추경안 의결
늘어나는 나랏빚 우려…경제 악영향 고려
洪 "증액 받아들이는 것 무책임한 행동"
김부겸 "어떻게 재원 마련할지 합의해야"
여야가 30조원을 훌쩍 넘기는 규모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앞서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확대된 액수다.
추경 재원은 대부분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되기 때문에 증액된 액수만큼 나랏빚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곳간지기인 정부 동의 없이 여야 합의만으로 추경 규모를 키울 수 없다는 점은 변수다. 그간 증액에 대해 완고한 반대 의사를 밝혀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입에 눈길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완고한 홍남기 "증액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
8일 관계부처와 국회 등에 따르면 당정은 이날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전날에 이어 증액 여부 등을 포함한 추경안 심사를 지속할 예정이다.
현재 여야는 한목소리로 추경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정부가 제출한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두텁게 지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에서는 구체적인 증액 방안도 나오고 있다. 전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는 소상공인 시장진흥기금 예산을 정부안(11조5000억원)과 비교해 24조9500억원 늘리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을 1인당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를 위해 투입되는 예산은 22조5000억원 증액된다.
당초 정부는 9조6000억원을 편성해 코로나19 방역 조치 강화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방역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예산도 2조5500억원 확대됐다. 이에 따라 손실보상 대상은 연매출 100억원 이하 중기업 등이 추가된다. 아울러 소상공인 손실보상률은 현행 80%에서 100%까지, 보상하한액은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올라간다.
정부안은 기존 3조2000억원의 소상공인 손실보상 재원에 1조9000억원만 추가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국회 논의를 거치면서 이 액수는 7조6500억원까지 늘었다.
이번에 산중위에서 의결된 추경안은 예결위 심사와 국회 본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이 추경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그간 홍 부총리는 대규모 추경이 국내 경제와 재정건전성 등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증액에 대해 반대해왔다.
그는 전날 예결위 회의에서도 정치권의 추경 증액 요구에 대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정부가 제출한 규모 내에서 감액과 증액을 논의할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여야가 합의해서 35조원이 됐든 50조원이 됐든 이를 수용하라는 것은 재정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당연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주장은 정부의 추경 증액 동의권을 명시한 헌법에 근거한다. 헌법 57조에서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 부총리는 이를 "입법부에 대한 행정부의 견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추경 증액 가능성 시사…"여야, 재원 마련 방법 합의해야"
나가야 할 돈은 늘려놨지만 이를 조달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당초 정부는 이번 추경안을 지난해 예상보다 더 들어온 세금 10조원을 기반으로 꾸렸다.
초과세수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결산 절차를 끝낸 오는 4월 이후부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11조3000억원어치의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충당하기로 했다.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하는 데에도 11조원이 넘는 빚을 끌어와야 한다는 얘기다. 초과세수 10조원이 모두 빚을 갚는 데에 쓰이는 것도 아니다. 절차상 초과세수의 40%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지방교부세로 정산된다.
통상 추경 재원은 초과세수와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된다. 세출 구조조정도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기존 예산안에 담긴 사업에서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사업을 축소하거나 없애는 식이다.
하지만 아직 올해 더 걷힌 세금은 없고, 연초부터 기존 예산에 포함된 사업을 뜯어고치는 것은 부담스럽다. 일부 세출 구조조정이 이뤄진다고 쳐도 결국 정치권의 요구만큼 추경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적자국채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날 예결위에서 적당한 재원 마련 방법을 여야에서 제시하면 증액에 동의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총리는 "올해 쓸 수 있는 예산 일부 항목에서 돈을 줄이자는 건강한 제안을 해주면 정부도 임할 것"이라며 "아주 솔직하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합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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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