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시청 민원실, 경찰·검찰, 초등학교, 금융감독원, 보험사, 체육단체에 민원 제기
법원 "어린 자녀 범행도구 이용, 피해자 피해 막심"…남편 징역 8년, 아내 집행유예
법정구속 남편 "억울합니다. 억울합니다" 강변하며 법정 빠져나가
자녀들을 앞세워 허위의 보험금을 청구해 수천만원을 가로채고, 주변인들을 괴롭힐 목적으로 끊임없이 무고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부부가 법원에서 나란히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끝까지 반성이 없었던 남편에게는 좀처럼 보기 드문 중형이 선고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3단독 김연경 부장판사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및 아동복지법위반, 무고, 업무방해, 명예훼손, 사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공갈 혐의 등의로 불구속 기소된 A(47)씨와 B(48·여)씨 부부에게 각각 징역 8년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법원은 B씨에게 8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하고, 이들 모두에게 아동관련기관에 각 5년간 취업을 제한하도록 했다.
검찰이 밝힌 A씨 부부의 범죄 내용은 혐의 갯수만큼이나 다양했다. 이들은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에 가입한 후 병원에서 허위로 진술하는 방법으로 진단서를 발급받아 총 33회에 걸쳐 3300만원을 가로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제주 도내 한 체육관에 다니던 아들 C군이 운동을 하던 중 다른 학생이 실수로 휘두른 가검에 맞아 이마를 다치자 애꿎은 관장에게 불만의 화살을 돌렸다.
이들은 원만한 합의가 되지 않자 제주도청 민원실과 시청 민원실, 주민센터, 경찰서, 파출소, 초등학교 학교폭력위원회, 금융감독원, 보험사, 전국합기도연합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결국 민원 확인 전화와 각종 조사를 받게된 체육관은 업무가 마비됐다.
그러는 사이 체육관원은 70명 가량 줄어 관장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피해가 막심했다.
자녀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교장과 교감, 교사를 상대로한 무고 범죄도 저질렀다. 이들은 학교에서 자녀들에 대한 처우가 만족스럽지 않자 "교육공무원들이 (자녀들을)고의적으로 방임 중이다"며 제주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해 조사를 받도록 했다.
소방서에서 화재신고 포상금을 주지 않자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신문고에 허위의 게시글을 올리거나, 경찰서에 신고하는 방법으로 소방관을 괴롭히기도 했다.
공판 과정에서 드러난 증거를 토대로 법원은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A씨는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징역형 선고로 법정 구속된 A씨는 연거푸 "억울합니다. 억울합니다"라고 말하며 재판정을 빠져나갔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판단 능력이 미숙한 어린 자녀들을 범행도구로 이용해 보험사기를 저질렀다"면서 "억지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초등학교 교사들, 소방관 등을 무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들 중에는 피고인들의 행위를 피해 천직을 단념하고 퇴직하거나 장기간 정신과치료를 받은 사람들도 있다"며 "피고인 A씨는 심지어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중에도 수시로 공공기관 등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명백히 인정되는 범죄사실 조차도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육원에서 지내고 잇는 자녀들을 부추겨 다른 범죄를 저지른 사정도 엿보이는 등 중형 선고가 불가피해보인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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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