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진술에만 의존한 '택시기사 경고' 서울시 처분 취소
"경고 처분 전, 승객·기사 진술 모두 사실관계 확인해야"
택시기사가 탑승한 승객의 주차금지 구역 대기 요청을 거절했다 하더라도 승차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중앙행심위)는 승객의 신고 내용만을 토대로 택시기사에게 경고 처분을 내린 서울시의 처분을 취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중앙행심위에 따르면 택시기사 A씨는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인근에서 승객을 태운 후 500m 가량 이동했다가 승객과의 시비 끝에 운행을 종료했다.
택시기사 A씨는 운행 도중 목적지가 변경됐다며 처음 탑승 장소로 이동해 대기해 줄 것을 요청한 승객 B씨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탑승 장소가 주차금지 구역이라 단순 하차가 아닌 대기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택시기사의 주장이다.
하지만 승객 B씨는 택시기사가 다른 예약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최초 탑승 장소로 이동하지 않아 직접 하차한 뒤, '도중하차'로 A씨를 서울시에 신고했다. 택시기사가 다른 손님을 받기 위해 승차거부 행위를 했기 때문에 도중하차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승객의 주장이다.
서울시는 승객 B씨의 진술을 토대로 택시기사 A씨에게 '택시운수종자사 경고' 조치 처분을 내렸다. 택시발전법(제16조제1항제1호)에 명시된 '택시운수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여객의 승차를 거부하거나 여객을 중도에서 내리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택시기사 A씨는 도중하차를 이유로 자신에게 택시운수종사자 경고 조치한 서울시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중앙행심위에 처분 취소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심위는 당시 운행경로를 파악한 끝에 택시기사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택시기사가 주차금지 구역에서의 대기가 어렵다는 점을 고지한 것은 정당한 승객 하차 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또 당시 택시기사가 다른 예약을 받은 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 B씨 하차 후 1시간 후에 다른 승객을 태운 것이 확인된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B씨의 '도중하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민성심 권익위 행정심판국장은 "이번 재결은 승객의 신고가 있더라도 도중하차로 처분하기 위해서는 승객과 택시기사 모두의 진술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 및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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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