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식에 대통령까지"…옛 나주 '인초문화 재조명' 책 출간

나주천연염색재단 허북구 국장 등 저술…인초문화 방향 제시
1970년대 국내 화문석 최대산지 '나주 인초공예' 부활 기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을 정도로 국내 최대의 화문석(일명 꽃돗자리) 생산·수출단지로 유명했던 전남 나주의 인초문화를 재조명한 책이 출간돼 관심을 끈다.



21일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에 따르면 재단 허북구 국장과 김윤희 팀장이 공동으로 저술해 출간한 '근대 전남 나주의 골풀공예와 인초문화'(세오와 이재 출판사) 책자가 귀중한 근대 산업·문화자료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책자에는 나주의 화문석 역사와 화문석에 사용된 인초(골풀)의 특성과 가공 방식, 나주 화문석 산업의 융성과 쇠퇴 과정, 인초 문화의 현대적 활용방안 등이 담겨 있다.

책자에 따르면 고려사(장화왕후 나주 오씨편)에는 나주를 배경으로 한 '왕골 돗자리'의 탄생 비화가 나온다.

고려사에는 나주에서 만든 '돗자리(草席·초석)가 왕(고려 2대왕 혜종)의 얼굴에 골을 지게 했다'고 해서 '왕골(王骨) 돗자리'로 부르게 됐다는 설화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나주는 일제 강점기 국내 최대의 돗자리 생산지로 발전하기도 했다. 특히 국내 유일의 내륙 항구인 영산포를 중심으로 화문석 산업이 크게 발달해 10여 개가 넘는 대형공장이 성황을 이뤘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초 공장에 취업하기 위해 영산포를 찾았을 정도였다.

1969년 영산포에 들어선 동신㈜ 전남동신인초공장 준공식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참석해 기념식수를 하고 격려했을 정도로 효자 수출상품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1970년대에는 화문석 재료가 되는 인초 재배 농가 수만 2600여 가구를 이룰 정도로 나주배와 특산물 왕좌를 놓고 자웅을 겨루기도 했다.

또 1972년 한 해에 생산된 화문석은 1백 만장에 달했으며, 국내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저자들은 책에서 나주 화문석은 값싼 중국 제품의 생산으로 경쟁력을 잃으면서 현재 1개의 화문석 생산 공장만 가동될 정도로 쇠퇴했지만 그 유산과 공예적 활용가치는 크다며 외국의 사례와 활용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허북구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국장은 "대만 먀오리현(苗栗縣) 위안리진(苑裡鎮)은 전통 인초 문화를 시대에 맞는 공예로 발전시켜서 도시재생에 활용해 성공했다"며 "나주 또한 정체성 측면에서 공예로 발전시켜 문화·시설 프로그램에 활용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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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 / 조경수 사회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