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 불공정거래 혐의 발견 땐 엄정한 조치"
M&A나 원자재 주가 이상변동…"10건 조사 중"
정은보 금감원장, 자본시장 임원회의 당부나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4일 투자조합을 이용해 인수합병(M&A)에 나서는 테마주들을 향해 "불공정거래 혐의가 발견될 경우 엄정 조치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달 말 현재 총 10건의 투자조합이 연관된 불공정거래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강조했다.
정 금감원장은 기업 인수를 악용한 테마주들을 향해 불공정거래에 엄중조치를 당부한지 한달여 만에 재차 경고에 나섰다.
정은보 원장은 이날 자본시장 관련 임원회의에서 "테마주 형성 등 시장 분위기에 편승한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나타나고 있어 시장의 신뢰 저하, 투자자 피해 발생이 우려돼 시장질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관련 부서들의 조사역량을 집중해 철저히 조사하고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도 긴밀히 공조해 불공정거래 혐의가 발견될 경우 엄정 조치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적 미비점을 찾아내서 개선하는 한편 불공정 거래 혐의 발견시 신속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당부했다.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있는 주요 사례로 ▲부실기업 매각과정에서 참여기업의 주가 이상 변동 ▲실체가 불분명한 투자조합 등의 상장사 인수관련 주가 이상 변동 ▲코스닥·K-OTC 등 이종시장 기업간 M&A 과정의 주가 이상 변동 ▲원자재나 부품·소재 급등관련 테마형성에 따른 주가 이상 변동 등을 꼽았다.
금감원은 구체적으로 사업내용을 허위·과장 홍보해 주가를 올릴 가능성, 상장기업 인수나 사업추진 과정에서 취득한 미공개정보의 이용 가능성, 실제 인수 주체를 은폐할 목적으로 다수의 투자조합 등을 활용한 지분공시 의무 회피 가능성 등을 모니터링 중이다.
정 원장은 "다수의 투자조합을 이용한 지분인수 등 지분공시 의무 회피 가능성이 높은 공시 사항에 대한 기획심사 등을 통해 실체가 불분명한 비상장기업이나 투자조합 등이 연관된 공시에 대한 모니터링, 심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에디슨EV, 쌍방울 등 쌍용차 인수합병과 관련해 주가 급등락이 있었던 종목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에디슨모터스는 '먹튀'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에디슨EV 인수 당시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를 비롯해 지인 등으로 이뤄진 6개 투자조합을 이용해 인수했는데, 이들 조합이 주가 급등 이후 지분 처분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이 조사 중인 불공정거래 혐의 사건 10건 가운데 에디슨모터스 관련 사건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그룹 또한 쌍용차 인수를 선언해 주가를 띄우고 차익을 실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실제로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미래산업은 보유 중이던 아이오케이 주식이 급등하자 모두 처분하기도 했다.
이번 테마주 관련 경고는 상황의 심각성에 따라 한달여 만에 재차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은보 원장은 지난달 7일 자본시장 임원회의에서 "부실기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이상변동하는 특정 테마주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사 역량을 집중하고, 여기에서 불공정 혐의가 발견되면 엄중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정 원장은 "최근 기업 인수를 추진하며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을 악용해 시장 신뢰성이 저하되고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정테마주에 신속히 대응하려면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체계적으로 협력하고 공시와 조사, 회계부서 사이 긴밀하게 공조하며 조사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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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