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수천억 손해에도 '전면 철거'…시장 신뢰 회복할까

작년 1700억 손실에 추가 2000억 추가
논란 계속될수록 기업가치 훼손 불가피
HDC현산 "등록 말소만은 아니었으면"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발생한 201동을 포함해 8개동을 전면 철거하기로 결정한 것은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시장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 HDC현대산업개발 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입주 예정자의 요구에 따라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8개동 모두를 허물고 아이파크를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11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광주시 화정동 아이파크의 신축공사 현장에서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로 6명의 근로자가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화정아이파크는 총 8개동 847가구로 이뤄져 있으며 올해 11월30일 입주할 예정이었다. 사고가 발생한지 100여일이 지났음에도 어떤 방식으로 철거할지, 어떻게 피해보상을 할지에 대한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입주예정자들은 8개동 전면철거를 요구해 왔지만 현대산업개발은 붕괴한 201동만 재시공하고 나머지 7개동에 대해서는 정밀안전진단 이후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전면 철거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HDC현산은 화정 아이파크 사고와 관련해 지난해 이미 연결기준 1700억원의 추정 손실을 반영했다. 여기에 8개동을 전면 철거하고 재시공하면 추가 비용이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하고 있다.

다만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철거에 대한 비용 책정은 국내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만큼 추가적으로 얼마나 더 들어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또한 회사 측은 재시공하는 데 약 70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또한 불투명하다.

정 회장은 "1700억은 이미 선반영을 했으니까 그 이후로 회사의 입장에서는 아마 한 2000억원 정도가 추가로 손실이 반영이 돼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규모 비용에도 불구하고 전면 철거를 결정한 데는 논란이 계속될수록 기업가치 훼손과 이미지 하락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붕괴사고 이후 광주 운암3지구, 경기 광명11구역, 부산 서금사A 등 기존에 수주 계약을 체결한 사업장에서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지속돼 왔다.

또한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 장관에 내정된 원희룡 후보자가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가해 기업은 망해야 하고 공무원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밝힌 것도 적지 않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 후보자는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도 앞서 발언의 입장을 유지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그 방향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혀 강력한 제재 수위를 예고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전면 철거 및 재시공 결정에도 앞으로 영업 환경 개선을 장담할 수는 없다. 일단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대한 서울시의 행정처분이 남아 있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 3월 HDC현산에 건산법 83조의 최고 수위인 등록말소 처분을 내려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으며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행정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현산 관계자는 행정 처분과 관련해 "저희는 등록 말소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게 회장뿐 아니라 임직원 입장"이라며 "합리적인 처분과 처벌은 받겠지만 등록 말소로 인해 회사가 아예 없어지는 것은 재기하거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 만을 방지하고 싶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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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주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