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항일거리' 뒤편 보수단체 '화해거리' 구조물 "웬말이냐"

평화의 소녀상과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자리잡고 있는 부산 동구 항일거리에 보수성향의 한 단체가 '화해거리' 구조물을 설치해 논란이다.



24일 부산 동구청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한 단체가 초량동 강제징용 노동자상 뒤에 '화해거리'라는 팻말을 단 철제 구조물을 설치했다.

가로 약 3m, 세로 약 2m 크기인 구조물에는 '화해거리'라는 문구의 팻말과 태극기가 내걸렸고, 아래에는 인형 6개가 검은색 끈에 매달려 있다.

구조물 설치 당시에는 일장기도 함께 내걸렸지만 현재는 태극기만 남아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이 구조물은 보수성향의 단체가 설치한 것으로, 해당 단체는 2017년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 박정희 흉상 설치하려다 제지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구조물은 구청으로부터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채 무단으로 설치된 것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해당 구조물은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았다"면서 "구조물 무단 설치 사실을 부산시에 통보하고, 이 구조물의 강제 철거 여부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청의 강제 철거 실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2019년 3월 설치한 강제징용 노동자상도 현재 무단 점용 상태이기 때문이다.

해당 구조물을 설치한 단체는 구조물을 자진 철거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부산 항일거리는 2019년 10월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정한 것으로,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과 정발 장군 동상 앞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까지 약 150m 구간을 이른다. 현재 정발 장군 동상 앞 화단에 '항일거리' 현판도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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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