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친문 동반 불출마"에…민주, '70년생' 세대교체론 부상

이광재 '이재명·전해철·홍영표 불출마' 제안
조응천 "100% 공감"…이원욱 "70년대생 주역"
'70주자' 강병원·강훈식·전재수·박용진·박주민
친문·86 중진들 난감…"기름·따귀 뺀 설렁탕?"
친명계도 '明 저지용' 의심 "주장만으로 되냐"
전문가 "이준석처럼 세대교체는 싸워 꺾어야"

 더불어민주당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친문 중진 동반 불출마론이 제기되면서 '1970년대생'으로의 세대교체론이 부상하고 있다.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과 친문 중진 홍영표·전해철 의원 등 3자가 동반 불출마론이 나온다. 이를 통해 민주당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이면서 친이재명계(친명)와 비명계간 극한 충돌을 피하자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그러나 양 계파 모두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어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소장파 재선인 조응천 의원은 13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3자 동반 불출마' 주장에 대해 "정말 100% 공감한다"며 "지금 그분들이 안 나오면 전대 룰 개정을 가지고 이렇게 골치 아플 필요도 없다. 이게 다 그분들 나오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강원지사 선거에서 낙선한 이광재 전 의원의 이재명·전해철·홍영표 의원의 전당대회 동반 불출마 주장에 호응한 것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2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들을 향해 "후배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떨까"라며 "당 단합에 도움이 되고 쇄신과 세대교체라는 면에서도 좋은 시그널이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공존의 의미"라며 불출마를 압박했다.

정세균계 중진인 이원욱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지금 민주당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 주역이 70년대생이 되길 바란다"며 "미력이나마 나도 힘을 보태겠다"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주류인 동교동계와 맞서 민주당 '정풍운동'를 이끌었던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에 빗대어 70년대생 의원들의 도전을 거듭 독려하기도 했다.

지난주 열린 재선 의원 모임에서도 '통합적 집단지도체제 도입'과 함께 '70·80년대생 리더십'을 결의한 바 있다. 당시 모임의 다수를 차지한 비이재명계 의원들도 '세대교체론'에 대부분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강병원(1970년), 강훈식(1973년), 전재수(1971년생), 박용진(1971년생), 박주민(1973년생) 의원이 70년대생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나아가 이들에게 출마를 위한 집단 토의를 하자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문 재선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누군가 총대를 세게 메준다면 굳이 (이재명·홍영표·전해철) 이분들이 나올까 싶다"며 "재선 뿐만 아니라 당내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갖고 백날 얘기해봐야 사람 얼굴이 바뀌는 걸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비이재명계 의원도 "나이로 꼭 가를 건 아니지만 국민이 나이를 기준으로 뭔가 변화하는게 좋다는 열망이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일"이라며 "이게 하나의 흐름으로 가려면 모든 당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다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친문 내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이재명 의원과의 승부를 벼르던 중진들 입장에선 이 의원의 동참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먼저 불출마를 선언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동반 불출마' 당사자로 지목된 전해철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래서 바로 출마선언을 하지 않고 이런 분들의 의견을 잘 들어서 당에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고, 오랜 시간을 걸리지 않고 제 의견을 이야기할 예정"이라며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세 사람의 출마 여부가 연동되어 있느냐'는 질문에는 "반드시 연동되어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필요하다면 저도 출마할 수 있다고 현재까진 생각하고 있다"면서 가능성을 열어놨다.

홍영표 의원도 전해철 의원과 마찬가지로 출마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왼쪽)의원과 전해철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11.29. [email protected]


86 당권주자인 이인영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40대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한다면 저를 버리고 주저없이 돕겠다"면서도 "단순히 누구는 물러나라, 누구는 입 닫으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가 무슨 가치를 주장하는지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계적 세대교체론'에 선을 그은 셈이다.

야권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KBS 라디오에 나와 "아니, 기름 빼고 따귀 빼면 설렁탕에 뭐 남느냐"며 "정치는 누가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본인이 결정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오고 싶은 사람 한번 다 나와봐라. 그럼 자동적으로 지지도가 낮으면 하나, 하나, 하나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했다.

친명계는 세대교체론에 경계심을 높이는 모습이다. 당원 세력에서 압도적인 이 의원을 꺾을 방법이 없자 아예 출마를 막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에서다.

한 친명계 의원은 뉴시스에 "세대교체란 자연스럽게 가는 과정이지 말로, 인위적으로 되겠느냐"며 "결국 친문의 조직적인 작업이라 별 순수성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또다른 친명계 의원도 "전당대회가 아니라 당의 변화와 혁신에 대해 얘기해야할 때다. 이런 논쟁은 당에 도움이 하나도 안 된다"며 "세대교체란 게 주장만 한다고 되느냐. 권력투쟁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에 "자기 쪽이 아닌 사람을 밀어야 세대교체의 절박감을 느낄 텐데 계파색이 옅지 않은 사람을 내세우면 아무리 명분이 옳다고 해도 상대가 따르기 힘들다"며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도 이준석 대표와 50~70대 경쟁자들과 맞붙었다. 세대교체는 싸워서 꺾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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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