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방문 협조 요청에 "APO 동행 조건 성립 안 돼"
교육단체 "현행 협의 수정 필요…현장 권한 강화를"
조유나(10)양 일가족 실종 사건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이 조양 실종 신고 초동 대처에 미흡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28일 광주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조양이 다니는 초등학교 관계자와 지역 행정복지센터 직원 등이 경찰에 조 양의 가정 방문 동행을 요청했다.
교육·행정당국은 "지난 16일부터 장기 결석 중인 조 양의 집에 찾아가보려 한다. 협조를 해달라"는 취지로 경찰에 동행을 신청했다.
경찰은 당국의 동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는 과거 경찰이 교육부와 맺은 업무 협의 내용에 따라 안내한 점에서 비롯됐다.
경찰은 지난 2017년 5월 교육부와 장기 결석 아동 점검에 대한 업무 협의를 맺었다. 업무 협의에서 경찰과 교육부는 '상습 가출 학생 관리 방안'과 '경찰 협조 요청 방식 준수' 등 4가지 내용을 합의했다.
협의안에는 '현행법에 따라 협조하되 가정 방문 거부·기피 등 (동행자들의) 신변 위협이 우려가 되는 사안과 기존 학생 면담 등 관찰 기록에 따라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사안이 있는 경우 경찰이 동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경찰의 가정 방문 동행은 관할 경찰서의 학대예방경찰관(APO)과 일정을 조율한 뒤 진행하고, 동행 시 별도 수사를 의뢰하는 경우 관련 공문을 발송하게 규정했다. 이는 일선 경찰관의 업무 부담을 고려한 조처다.
경찰은 이 협의안에 따라 '아동학대 의심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학대예방경찰관이 동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협의안이 장기 결석 아동의 소재 파악 등 초동 대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교육 단체는 경찰의 대처가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영백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대표는 "교육 기관이 학생들의 실종이나 불상사를 판단하고 동행 요청을 하는 경우를 엄중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해당 협의는 장기 실종으로 이어진 현재 수사 상황의 발목을 잡는 규정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 동행 이후 즉시 수사를 않고 공문을 통해서만 수사가 이뤄지는 현행 협의의 수정도 필요하다. 현장 출동 경찰에게 책임이나 권한을 위임하는 식으로 내용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의 업무 강도를 고려하더라도 10번 중 1번의 중대한 사례를 막기 위한 경찰의 결단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이 학교 측의 수사 협조 공문에도 관할 지역을 확인하느라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부경찰서는 지난 21일 학교 측 공문을 접수한 이튿 날 학교 측에 '(학교) 소재지인 서부경찰서에도 문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안내했다.
1시간 뒤 학교 측에 재차 연락해 "(수사를) 학교 소재지가 아니라 실종자의 주소지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정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서 교육부와 맺은 협의가 있어 원칙에 따라 안내했다"며 "수사 의뢰 공문 접수 당시에는 부서와 관할지 혼선이 있었다. 학교 측에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과정에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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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주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