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싸움' 李, 安과 티격태격…친윤계는 소강
安, '당권 도전설' 지라시에 '李 겨냥했나' 분석
李, '성 상납 후 박근혜 시계 전달' 의혹 제기돼
당 안팎 내홍 우려에 친윤-李 갈등 소강 상태
윤리위 징계·주도권 다툼에 다시 갈등할 수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른바 '1일 1싸움'이라는 비아냥을 받을 정도로 매일 당내 인사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의원과 하루걸러 치고받는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 대표는 '성 상납 정황 제기', 안 의원은 '당권 도전설'의 배후로 서로를 의심하며 신경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반면 이 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는 표면상으로는 확전을 피하는 양상이다. 당 안팎에서 연일 제기되는 "어려운 민생을 돌보기 위해 정부를 뒷받침해야 한다"며 내홍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는 대통령실과 대표 사이에 불화를 일으키는 세력이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다음 달 7일 당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앞두고 당 안팎에서 들어오는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1일 1싸움'을 걸어 당대표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윤리위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현재 이 대표와 갈등이 가장 두드러지는 대상은 안 의원이다. 앞서 국민의당 최고위원 추천으로 이견을 보였던 두 사람은 지난 23일 '간장 한 사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이후 연일 공격을 주고받고 있다.
앞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이냐"라며 당 내홍을 비판하자 이 대표는 SNS에 "디코이(미끼 또는 유인체)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한다. 다음 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직격했다.
간장은 안 의원을 비하하는 간철수(간보는 안철수)와 장 의원을 통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안 의원은 지난 27일 '간장 한 사발'에 대해 "한국말인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속이 타나 보죠"라고 비꼬았다.
안 의원은 28일 한 방송에서 '이 대표와 왜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나'라는 질문에 "첫 인연은 (2016년 국회의원) 선거 때 서로 경쟁한 적 있다. 저는 3번을, 이 대표는 1번을 달고 제가 20%포인트 이상 이겼다. 그게 시작"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다음 날 "안 대표가 2016년을 사시나 보다. 그런 거 평생 즐기시라"고 반격했다.
두 사람은 또 전날 각각 '당권 도전설'과 '성 상납 정황'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두 사람 모두 제기된 의혹에 대해 상대방을 배후로 지목할 가능성이 있다.
전날 오전에는 안 의원이 28일 서울 및 수도권 당협위원장 모임에서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에서도 대선 주자인 본인이 나서야 한다'고 언급하며 차기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는 내용의 '지라시'가 정치권을 달궜다. 지라시 말미에는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에서 불쾌했다는 전언이 함께 실렸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시선을 자기들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모으기 위해 악의적인 거짓말을 퍼뜨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당 윤리위 징계 결정을 앞둔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이 대표는 "이제는 익명 인터뷰를 넘어 떠넘기는 것도 익명으로 떠넘기려 하느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도 2013년 성 상납 이후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 시계를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박근혜 시계를 받은 적도 구매한 적도 찬 적도 없다"며 "대통령 시계라면 일련번호가 있을 테니 누구에게 준 시계고, 누가 언제 저한테 줘서 본인이 받았다는 건지 확인해 보자"고 역제안했다.
이 대표와 안 의원 간 갈등이 하루건너 이어지는 것과 달리 친윤계 의원들과의 갈등은 소강상태를 보였다.
주로 최고위에서 갈등을 빚었던 배현진 최고위원과는 지난 23일 윤리위 징계 의결 연기 다음 날인 지난 23일 최고위 회의에서 '악수 패싱-어깨 스매싱' 사건으로 주목받은 뒤 별다른 갈등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
언론 인터뷰에서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이냐"라 했던 장제원 의원과의 갈등도 일단 진정되는 국면이다. 장 의원은 27일 '간장 한 사발'의 의미를 묻는 말에 "이 대표와 제가 어떤 갈등이 있나"라고 되물은 뒤 "서로 (갈등한다고) 말씀하시면 안 된다. 저는 어떤 언급도 한 적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윤리위에 배후가 있다는 취지로 말하는 것은) 나한테 한 얘긴지 아닌지, 자꾸만 갈등을 유발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방송에서 혁신위원회를 '이준석 혁신위'라고 한 김정재 의원과의 갈등도 김 의원이 오류를 인정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일부에서는 이 대표가 그간 자신에게 날을 세웠던 김 의원의 지역구(경북 포항을)를 방문해 '무력 시위'를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가 대선 때 자신을 비토하던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를 방문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바 있어서다. 다만, 이 대표는 "김영식 의원실에서 예전부터 원자력 관련 방문 일정을 정리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소강 국면은 당 안팎에서 연일 내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전날 라디오에서 "한가하게 당내 대표 문제로 싸우고 할 계제가 아니다"라며 "경제 등 국정에 산재한 문제가 태산 갔다. 여당이 자기들 직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친윤계와의 갈등에 대해선 "서로 입 다물고 조심하면서 참고 지내면 그만"이라며 "비판 발언을 소화할 능력이 없으면 정치를 안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태호 의원도 "정권 되찾은 지 얼마 됐다고 당권이니 계파니 하면서 아웅다웅한다"며 "국민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3중고에 빠졌는데 여당은 내홍에 빠진 듯 보인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자성하고 자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갈등은 언제든 다시 솟아오를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대표와 안 의원 간 갈등이 여전한 데다 당대표 윤리위 징계를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 대표 측은 대통령실과 대표 사이에 불화를 일으키는 세력이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