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없는 참배'…특전사 초청 5·18 행사, 사실상 반쪽 수순

유족회 이어 화합 상징 오월어머니들도 불참
5·18기동타격대 반발에 광주시의회도 보이콧

5·18 민주화운동 일부 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가 오는 19일 (사)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와 함께 여는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선언식 등이 사실상 반쪽 행사 수순을 밟고 있다.



16일 광주 지역 사회에 따르면 5·18 단체의 특전사 초청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던 오월어머니 5명은 이날 최종 불참을 통보했다.

행사 강행에 따른 지역 사회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5월의 상주'인 5·18 유족회가 행사 불참을 선언한 것이 주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오월어머니들은 자식을 잃은 슬픔이 담긴 합창곡 '5·18 어매' 등을 부르며 행사에 참여할 방침이었다.

특히 5·18 최초 희생자인 고(故) 김경철 열사의 어머니 임근단 여사가 특전사 동지회 고문을 맡고 있는 임 모 예비역 소령과 모자 결연식을 맺을 계획이기도 했다.

임 전 소령은 1980년 5월 당시 소위로서 7공수여단 33대대에 소속, 그해 5월 18일부터 21일까지 전남대학교에 주둔하며 대학생들의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부상자회 등은 두 사람이 화해하는 모습을 행사의 백미로 내걸었지만 오월어머니들이 불참을 통보해 사실상 행사 내용에서 빠지게 됐다.

행사 참가자들이 군가 '검은 베레모'를 제창한다는 점도 오월어머니들이 불참을 결정한 주요 이유로 꼽힌다.

'검은 베레모'는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이 광주 시민군을 학살하고 옛 전남도청을 함락한 뒤 '승전가' 형식으로 부른 군가다.

이 밖에 행사에 참여하는 특전사 150여 명 가운데 실제 5·18 당시 투입된 계엄군은 2~3명에 불과해 쌍방 화해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5·18 피해 당사자들이 모인 부상자회와 공로자회에서 150여 명이 참석하는 것과 대조되는 수다.

이처럼 행사가 삐그덕대고 있는 상황에 지역 사회 곳곳에서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옛 전남도청을 사수하며 계엄군에 맞선 시민군 기동타격대 회원들은 이날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행사 중단을 촉구했다.

(사)5·18민중항쟁 기동타격대 동지회 등 5개 단체는 "특전사 동지회가 진정 해야 할 일은 1980년 5월에 자행한 민간인 살상 행위에 대해 있는 그대로 진실을 밝히면서 국가 폭력에 희생당한 5월 영령에 사과하는 것"이라며 "5월을 이용한 정치 놀음에 함께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광주시의회도 입장문을 내고 "5·18에 관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이상 용서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피해의 내용을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포용과 화해를 넘어 감사를 표한다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고 행사를 지적했다.

행사 참여를 권유받았던 강기정 광주시장도 선약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행사 강행을 반대하는 부상자회 한 회원은 "5·18 당시 직접 계엄군과 맞서 싸운 사람들은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행사를 주도하는 자들은 계엄군과의 화해에 앞서 다툼조차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며 "명분없는 행사는 치르지 않느만 못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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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