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세상 재현' 5·18 전야 행사 개최, 43주년 앞두고 '불투명'

5·18 단체 특전사 초청 행사 강행에 지역 사회 '두 쪽'
시민 단체, 5월 단체 사죄 없을 경우 '행사 배제' 경고
지난 2000년 '반쪽 행사' 전철 밟나…지역 원로 '우려'

5·18민주화운동 영령들을 기리고 당시 이룩한 '대동세상'을 재현하고자 개최해 온 '5·18민중항쟁기념행사 전야제'가 올해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5·18 일부 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가 강행한 특전사 초청 '대국민 공동 선언식' 행사에 지역 사회가 사죄 등을 촉구,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행사에서 배제하겠다'는 경고가 이어지면서다.

이에 부상자회 등이 별도 행사를 치를 경우 지난 2000년에 진행된 '반쪽 행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떠오른다.



23일 5·18민중항쟁 43주년 기념행사위원회(행사위) 등에 따르면 전야제는 1980년 5월의 아픔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8주기였던 1988년 5월 17일 남구 구동 실내체육관에서 처음 열렸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제5공화국이 몰락, 이듬해 제6공화국이 출범하면서 공개적인 추모·진상규명 촉구 움직임이 확산하면서다.

당시 시민들은 진혼굿·노래극 등 추모 형식의 문화 행사를 치른 뒤 항쟁 현장인 옛 전남도청 앞 광장 앞까지 행진하며 가두시위를 펼쳤다.

1990년부터는 5·18을 주제로 다양한 문화·예술·학술 행사들이 다채롭게 진행됐다. 지자체 예산이 처음 지원된 1993년 13주기에는 '거리 재현극'도 펼쳐지면서 모든 시민이 5월 항쟁을 체험하며 뜻과 정신을 되새겼다.

이후 전야제는 부당한 국가폭력 등 시대·사회적 아픔을 표출하고 대변하는 행사로 확대돼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전야제는 태동부터 지역 사회와 어우러져 진행됐다.

지역 사회는 '5월의 상주' 유족회가 5·18 1주기부터 자체적으로 치러오던 추모제를 공론화하고 시민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전야제를 기획했다.

신군부에 유린당한 광주의 아픔을 5·18 피해 당사자만 앓아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확산, 재야 민주 인사들이 동참하기 시작하면서 열기가 들끓었다.

이에 유족회를 비롯, 현 부상자회·공로자회의 모태인 5·18광주민중항쟁 동지회와 고(故) 홍남순 변호사가 주축이 된 5·18위령탑건립추진위원회(5추위) 등 시민 단체들이 모였다.

지역 사회의 참여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치러진 42주년 행사 기준 52개 시민 단체가 함께하기에 이르렀다.

5·18 당시 이룩한 '대동세상'을 재현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뭉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부상자회·공로자회 집행부가 특전사 동지회와 함께 연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 선언식' 행사 이후 지역 사회에 앙금이 쌓이면서 올해 전야 행사의 정상 진행이 우려된다.

시민 단체들은 부상자회 등 집행부가 지역 사회와의 숙의 없이 공동 선언식 행사를 진행하고 진상규명에 협조하지 않은 계엄군에 학살 책임 면죄부를 쥐어줬다며 비판하고 있다.

나아가 관련 대책위를 구성하고 공동 선언문 철회와 사과, 양 단체 집행부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요구 내용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올해 5·18 행사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에 부상자회 등은 내부적으로 별도 행사 개최를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원로들은 지난 2000년 당시 벌어진 불상사가 재현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

당시 새천년을 맞아 기조와 방향성, 행사 보조금 지원 등을 두고 대립한 5·18 사단법인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와 시민 단체는 끝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전야 행사 무대를 각기 설치했다.

5월 단체 측은 동구 금남로 4가와 옛 전남도청 일원에, 시민 단체는 '민족민주행사위원회'를 따로 꾸려 현재 금남로 5가 사거리 일대에 자리를 잡았다.

정상적인 행사가 치러지지 않은 점에 통감한 5월 단체와 시민 사회는 5월 행사 상설 기획·운영을 도맡을 단체 조직에 뜻을 모았다. 당시 구성된 운영 단체는 오늘날 행사위로 발전했다.

만약 올해 행사가 갈라져서 치러질 경우 20여년 만에 또다시 불상사가 반복될 우려다.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은 "과거에도 단체 사이 대화의 진전이 없어 감정 싸움으로 번진 탓에 행사가 파행을 빚은 바 있다"며 "서로의 이해가 부족했던 만큼 늦었더라도 후속 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상자회 집행부 등은 지난 19일 오전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특전사회를 초청해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 선언'를 열었다.

행사는 5·18 피해 당사자가 당시 투입된 계엄군과의 화해에 나서 드러나지 않은 5·18 진상규명에 협조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그러나 행사에 앞서 계엄군의 사죄가 선행되지 않았고 지역 사회와의 충분한 숙의도 없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여러 시민 단체가 행사 반대 입장과 성명을 쏟아냈다.

끝내 집행부가 행사를 강행, 국립5·18민주묘지를 기습 참배하고 최익봉 특전사회 총재가 행사 도중 5·18 왜곡 발언을 하면서 지역 사회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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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주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