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리기로 하고 시행사 선정→무산…대법 "돈 갚아야"

시공사 선정 가계약에 대여금 계약 포함
별도 소송으로 시공사 선정 무효로 확정
대법 "대여금 계약은 유효하다 볼 여지"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공사로 선정해주는 대신 돈을 빌리기로 한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시공사 선정이 무산된 경우에도 대여금을 갚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사가 B재개발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낸 대여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B추진위는 2006년 7월 주민총회에서 A사를 시공사로 선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같은 해 9월 A사와 B추진위는 공사도급 가계약을 체결했다. 공사도급 가계약에는 A사가 B추진위에 사업 시행 비용을 빌려준다는 조항이 담겼다.

A사는 2006년 11월부터 2010년 7월까지 B추진위와 수차례 대여 계약서를 작성했고, 총 34억5000만원을 빌려줬다. 일부 계약서에는 B추진위 소속 조합원들이 연대보증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B추진위가 재개발하려고 하는 지역의 토지 소유주가 2006년 7월 B추진위를 상대로 A사를 시공사로 선정한 것은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2010년 A사를 시공사로 선정한 것은 무효라는 화해권고 결정으로 종결됐다. 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은 조합 설립 이전에 시공사를 선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A사는 2013년 10월 빌려준 돈을 갚으라는 취지의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대여금 계약이 유효한지 다퉈졌다. 돈을 빌려주는 계약의 근거가 되는 시공사 선정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됐기 때문이다.

1심은 자금을 빌려주는 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심은 이를 뒤집고 공사도급계약에 포함된 자금 대여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2심은 민법상 법률행위의 일부무효 조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민법은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전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무효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했을 것으로 인정되면 나머지 부분은 효력이 있다.

대법원은 "2심이 공사도급 가계약이 무효가 되더라도 소비대차 약정을 체결·유지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등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A사는 시공사 선정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이 진행 중이었던 2010년 7월에도 B추진위에게 돈을 빌려주었고, 일부 대여금에 대해 공증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A사는 공사도급 가계약이 무효가 되더라도 대여금 계약을 유지할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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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