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父 두려워 명의 빌려주고 세금·보험료까지 떠안아…法의 판단은?

가정폭력 아버지 두려워 명의 대여
아버지 보험료 미납…명의변경 거부
법원 "명의변경, 소급해서 적용해야"

 강압에 의해 사업자 명의를 대여해주고 보험료를 부과받은 사실이 밝혀졌다면 명의 변경을 최초 명의 대여시부터 소급적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신명희)는 A씨가 국민연금공단(공단)을 상대로 낸 국민연금보험료 납부의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지난해 12월8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주위적으로 청구한 보험료 납부의무 부존재 확인은 기각하되, 예비적 청구에 따라 사업장 사용자 소급변경 거부처분은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2015년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A씨는 아버지 C씨로부터 '사업장에 명의를 대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A씨는 평소 가정폭력을 일삼던 C씨의 보복이 두려워 부탁에 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 부모는 이미 이혼한 상태로, A씨와 그 모친은 C씨와는 떨어져 살고 있었다. C씨의 사업장은 강원도 동해에 있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해당 사업장 앞으로 부가가치세 등 세금 5000여만원이 부과됐는데, C씨가 이를 납부하지 못해 사업장 명의자인 A씨에게 이 세액이 귀속됐다.

A씨는 '강압에 의해 명의를 대여해준 것'이라며 2019년 세무당국에 신고세액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경정청구를 냈으나 거부됐다. 이에 국세청에 취소심사를 청구했고, 국세청은 2020년 2월 A씨 주장을 받아들여 공단의 거부처분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통지했다.

A씨는 공단으로부터도 같은 기간 4900여만원의 연금보험료를 부과받은 상황이었다. A씨는 국세청 통지를 근거로 2020년 11월 사업주 명의를 C씨로 변경해달라고 공단에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국세청의 결정 통지일 이전까지 명의변경을 소급해 적용하기는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C씨의 보복을 두려워하며 명의대여를 해준 점, 사업장의 실제 운영자는 A씨가 아닌 C씨였던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공단이 보험 자격관리, 보험료 부과·징수 등의 기능만을 수행하고 사업주 명의와 실질이 일치하는지 심사할 권한이 없는 점을 고려할때 연금보험료 채무가 없다는 점을 공단이 확인해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단에 실질적 심사권이 있다고 본다면, 사업주는 자신이 명목상 사업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보험료 납부의무를 회피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고, 관련해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다만 국세청이 강압에 의한 명의대여를 인정한 점,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도 국세청의 결정 이후 보험료 납부 주체를 C씨로 소급변경해 준 점을 고려할 때 공단의 소급변경 신청 거부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지난해 12월27일 이 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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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