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소송' 실체…"시간만 잘 끌어도 수임료 두둑"

학교 폭력 소송의 큰 문제점…'시간끌기'
졸업까지 버티면 생활기록부 기재 안돼
선도 위해 소년부 송치·기소유예도 다수
피해 알리면 '사실적시 명예훼손' 고소
변호사 "아이들 지쳐가"…제도 개선 촉구
법원, 학폭 전담부 신설…신속 처리 속도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자진 사퇴한 정순신(57·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의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인해 강제전학 조치를 받고도 결국 명문대에 입학한 사실이 알려지며, 학교 폭력 소송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소송에서 가해 학생 측이 자주 쓰는 전략은 집행정지와 '시간 끌기'로 꼽히는데,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유도해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남기지 않는 게 핵심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실시된 법관 정기인사에서 단독 재판부 3곳을 학교폭력 전담 재판부로 지정했다. 서울행정법원에 학교폭력 전담 재판부가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학교폭력 사건은 일반 행정사건과 마찬가지로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재판부에서 심리해 왔다. 그러나 관련 사건이 증가하며 신속한 처리가 필요해지자 관련 사건을 단독재판부에 배당하는 것으로 방침을 세운 것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일차적으로 교내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를 거쳐 가해 학생에게 학교장 명의로 징계 등의 처분을 내린다. 당사자가 이에 불복하면 시·도교육청 학교폭력대책 지역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여기에도 불복할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 소송에 큰 맹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이 나온다. 가해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법원이 판단을 미루면 생기부에 기재되지 않아 아무 기록도 없이 무사히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해 학생 측은 본안 소송에 앞서 일단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낸다고 한다. 집행정지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처분 효력을 잠시 멈추는 결정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법원이 학교폭력을 청소년의 일탈과 같은 크지 않은 문제로 보기 때문에, 선도·교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집행정지 인용 비율이 대체로 잘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수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율)는 전날 SNS에 "이것(졸업 때까지 시간 끌기)만 잘해도 성공보수가 꽤나 두둑이 주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형사소송에서 수사기관은 나이 어린 가해 학생의 교화를 위해 소년부에 송치하거나 기소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알려진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릴 경우 가해 학생이나 부모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피해 학생과 부모를 고소하는 등 피해 학생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현실인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 변호사는 집행정지 시 피해자 심문 의무화, 빠른 본안 소송 진행, 소년법원에 피해자 대리인 제도 완비, 피해자 지원센터 확충 등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박 변호사는 "이런 화제성 높은 사건이 하나 터지면 반짝 사건별로 집중하고 제도 개선은 또 먼 미래 이야기가 된다"며 "국회의원들이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정쟁하러 가는 사이에 아이들은 점점 지치고 시들어간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정 변호사 아들은 지난 2017년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한 명문 자율형사립고에 입학해 동급생을 상대로 폭언 등 학교폭력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피해 학생을 '돼지새끼'라고 지칭하면서 "더러우니까 꺼져라"라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가 제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주도에서 온 빨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폭력 관련 회의에서 교사는 정씨에 대해 "본인보다 급이 높다고 판단하면 굉장히 잘해주고, 급이 낮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모멸감을 주는 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습관이 있다"고 평했다. 또 "원고 부모님(정 변호사 부부)께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되게 두려워하셔서 2차 진술서 같은 경우는 부모님이 전부 코치해서 썼다", "원고(정씨)를 선도하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사실 부모님께서 많이 막고 계신다", "저희(학교)가 조금이라도 선도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사실 교사 입장에서는 많이 실망했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아들의 강제전학 조치 불복 소송을 대법원 상고까지 끌고 갔다. 정 변호사 아들은 수능 점수가 100% 반영되는 정시모집 전형을 통해 지난 2020년 서울대에 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변호사는 지난 25일 논란이 커지자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하며 "자식의 일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피해 학생과 그 부모님께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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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