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13 처벌규정 재산·평등권 침해 심판 청구
"형벌 비례원칙·나이 기준도 차별" 주장에도
헌재 8:1로 청구 기각…"자의적 법집행 아냐"
"입법 목적성 정당…가중처벌 적합성도 인정"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운전 부주의로 만 12세 미만 어린이를 사망하게 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한 '민식이법'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3일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제한속도 준수 의무 또는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를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중한 처벌을 내리도록 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13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 대해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기각했다.
이른바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안전운전 의무 등을 어기고 어린이(13세 미만)를 사망하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상해가 발생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9년 9월 충남의 한 중학교 앞에서 초등학생이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며 어린이 보호구역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졌고, 사고에 대해 처벌을 가중하는 조항이 신설되며 2020년 3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2020년 3월과 6월 각각 이 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다. 신설된 법 5조13의 처벌규정이 행동 자유권과 신체의 자유, 재산권,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게 청구인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 설치, 불법 주정차 위반 단속 및 과태료 강화 방안 등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는 다양한 방안이 있음에도 신설된 규정이 운전자에 대한 처벌만을 가중해 행동·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과실이나 상해 정도에 관계없이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부과해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도 위반한다고 했다.
또 법 적용 기준을 13세 미만으로 정해 13세 이상에 대한 사고에 대해서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적용돼 차별이 존재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헌재는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헌재는 신체의 자유 및 재산권 제한,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 위반 등의 주장에 대해 과도한 형벌을 규정한다는 주장 자체와 다르지 않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구인들이 강조한 죄형법정주의상 명확성 원칙을 어긴다는 주장 역시 배척했는데, 해당 조항이 다소 광범위한 개념을 사용했다고 해도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고 보고 헌법상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게 헌재 판단이다.
헌재는 도로교통법 개정과 그 취지, 취약자에 대한 보호구역을 별도로 지정하도록 법상 근거조항을 둔 배경을 감안하면 이 법과 관련해 자의적인 법 집행에 여지를 두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해당 조항은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며 운전을 하도록 해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도록 정한 것은 경각심을 높여 사고 발생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어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헌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0만명당 보행 중 사망자 수가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짚기도 했다.
헌재는 "교통사고에 취약한 어린이 통행이 빈번한 초등학교 인근 등 제한된 구역을 중심으로 보호구역을 설치하고 엄격한 제한속도 준수와 안전운전 의무를 부과해 위반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과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
이어 "형사법상 범죄 사이에서도 행위 및 결과의 태양은 다양할 수 있고 법정형을 정할 때 고려할 요소도 달라 모든 경우를 고려해 구성요건을 세분화하는 것은 입법 기술상 불가능하다"며, "전체 형벌체계에 비춰 최소한 구별 기준을 정하고 법관이 같은 범죄로 규정된 범죄의 개별 행위 태양과 죄질 경중을 고려해 형평을 맞출 수 있다면 이를 과도한 형벌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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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