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만에 중학교 입학…말만 들어도 가슴이 울렁울렁"

85세에 중학교 입학한 최왕길 어르신
목포제일정보중·고 만학도 204명 입학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70년 만에 중학교에 입학한다니, 말만 들어도 가슴이 울렁울렁합니다. 경험해 본 사람이 아니면 이 기분 알지 못할 것입니다."

팔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 2일 학력인증학교인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의 중학과정에 입학한 최왕길(85) 어르신.



진도군 의신면에 사는 최 씨는 언론을 통해 나이 들어 배움의 길을 걷는 만학도들의 학교생활을 보면서 중학교 입학을 결심했다.

입학과 함께 제3의 인생을 시작한 최 씨는 "세상살이 하면서 선생님이란 말을 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 나이가 되어 선생님이란 소리를 내 입으로 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기뻐했다.

그는 "나이 들어 언제 갈지 모른다고 무의미하게 세월을 보내다 뒤늦게 후회하는 선배들을 많이 보았다"면서 "나이에 집착하지 않고 가는 날 가더라도 노력해서 의미를 찾는 것이 좋겠다"고 입학 소감을 밝혔다.

만학도들의 배움터로 자리잡은 목포제일정보중·고교 입학생 한 사람 한 사람 가슴 속에는 저마다의 못 배울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박정란(65)씨도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다. 지난 2월 15일 목포제일정보중학교를 졸업하던 날 친정어머니와 형제자매들이 모두 와서 축하해 주었다.


당시 친정어머니는 "딸아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며 말과 함께 눈가가 촉촉히 젖었다. 6남매의 맏딸로 태어나 가난한 살림에 동생들을 위해 초등학교를 마치자마자 객지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박 씨가 중학교에 입학한 것은 어머니가 계신 고향으로 돌아온 다음이었다. 남편과 사별하고 억척스럽게 딸들을 공부시켜 출가시킨 후 비로소 그녀의 인생이 시작됐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끝난 줄 알았던 그녀의 인생은 중학교 졸업과 함께 이제는 여고생이 된 것이다.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글쓰기를 좋아하는 박 씨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생활 글쓰기를 좀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싶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

이날 어르신들의 뒤늦은 공부를 돕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에는 중학생 82명, 고등학생 122명 등 모두 204명이 입학했다.

이들 중 초등문해학력인정프로그램을 통해 초등학력을 얻어 중학교에 입학한 만학도가 14명이다. 중학교 입학생 가운데 부부 만학도도 50대에서 70대까지 3쌍이다.

정대성 목포시교육장은 "삶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가지고 입학한 여러분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여러분이 꿈꾸는 미래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목포시교육청에서는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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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목포 / 이덕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