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아버지 때문에' 존속살해 40대, 징역 18년

궁핍함, 큰형의 극단적 선택 등 모든 것은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해 증오심을 품고 흉기를 휘두른 40대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어재원)는 31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45)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19일 대구시 동구의 한 조립식 건물에서 아버지인 B(75)씨를 미리 구입한 군용 흉기로 수차례 찔러 직계존속인 피해자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 B씨의 둘째 아들인 A씨는 2006년경 B씨로부터 빌린 1억3000만원으로 헬스장을 개업했다. 이후 10년가량 운영하다가 양도한 이후 골프 프로 데뷔 준비 등으로 돈을 탕진하고 일정한 직업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금전적 도움을 요청했으나 계속해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소함이나 성실함 없이 생활하는 생활 태도나 가치관에 대해 B씨로부터 잔소리만 듣게 되자 A씨는 2021년부터는 피해자를 만나지 않았고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왔다. 지난해 11월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생각으로 렌터카를 빌렸고 이후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별다른 직업도 없이 신용카드 채무 1억원 상당을 지는 등 경제적으로 궁핍하게 살고 있는 것이 피해자의 무책임으로 인한 것이고 큰형이 극단적인 선택한 것도 피해자로 인한 것이며 자신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든 것 역시 피해자 때문이라고 생각해 증오심을 품고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A씨는 피해자에 대한 증오심 등으로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면서 피해자를 무책임하다고 비난했고 피해자를 충분히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 운명이다 등의 취지로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판부는 "A씨의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미처 방어할 겨를도 없이 흉기에 찔려 홀로 남겨진 B씨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기는 하나 벌금형을 넘어서는 처벌전력은 없는 점 등을 종합했다"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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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