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환자 절반 이상 면역 약한 6세 미만…거센 코로나 후폭풍

질병청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 13주차 자료
중증급성호흡기감염증 환자 54.8%가 1~6세 아동
"증상 1~2주 지속땐 합병증 의심…전문 진료 필요"

코로나19로부터 일상회복 이후 이동과 접촉이 늘어나면서 면역이 취약한 아동·청소년 호흡기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휴식과 함께 1~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될 경우 전문적인 진료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12일 질병관리청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13주차(3월26일~4월1일) 중증급성호흡기감염증 환자 487명 중 절반이 넘는 54.8%(267명)가 1~6세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호흡기 환자 수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질병이 의심되는 의사환자를 외래환자 1000명 대비 비율로 보면 인플루엔자는 12주차 13.2명에서 13주차 14.5명으로 증가했다. 연령별로 구분하면 7~12세가 22.6명으로 가장 많았고 13~18세 17.2명, 1~6세 17.1명으로 평균을 웃돌았다.

호흡기 환자 증가는 코로나19와 관련돼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한 결과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이 없었는데, 그 결과 아동·청소년의 경우 체내에 축적된 면역이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상회복으로 인한 개인 위생수칙 경각심 저하, 이동 및 접촉 증가 등으로 바이러스 전파가 활발해지는 환경이 조성됐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대중교통을 포함해 감염취약시설과 의료기관·약국을 제외한 모든 시설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마스크를 벗고 이동이 증가하면서 바이러스 전파가 활발해지기 때문에 코로나19, 일상회복과 지금의 호흡기 환자 증가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아·청소년 환자의 경우 소아과 인프라 부족 등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지역 1차 의료기관에서 소아과는 병원 업무 시작과 함께 수십 명이 몰리는 '오픈런'이 다반사다.

독감이 심해져 좀 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에도 접근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이 모 씨(36세)는 "아이가 며칠째 고열과 기침으로 고생을 해 큰 병원에 갔더니 폐렴 진단과 입원 치료 소견을 받았지만 입원을 할 병실이 없어 응급실에서 3~4일 대기를 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미 4~5명의 아이들이 응급실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일단 약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에 사는 김 모 씨(33세)도 아이가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자 지역 내 의료기관들을 방문했으나 마찬가지로 입원을 하려면 수일간 대기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 씨는 임시방편으로 약 15만원 하는 가정용 호흡기 치료제를 구입했다.

통상 호흡기 증상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장기간 이어질 경우 합병증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어 서둘러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천 교수는 "보통 감기, 독감 같은 호흡기 증상은 휴식을 취하면 저절로 좋아지기 때문에 잘 먹고 잘 쉬는 게 중요하다"면서 "기침이나 고열 같은 증상이 1~2주 지속될 경우엔 합병증이 생겼을 수 있으니 개인병원에서 약만 타지 말고 좀 더 전문적인 진료를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동시에 소아·청소년이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소청과의사회)는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폐과 선언을 했다.

보건복지부는 긴급대책반을 구성해 각 지자체와 함께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해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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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