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위, 법안소위서 전세사기 대책법 심사
정부, 피해자 탄력적용 수정안 제시…논의 난항
여야는 1일 전세사기 대책 특별법안 심사에서 피해자 지원에 공감했지만, 피해자 요건과 임대보증금 채권 매입 등을 두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오후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대책 관련 법안 병합 심사를 진행 중이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위원장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법안 내용이 다르다"며 "제정법인 만큼 축조심사를 해야 하는데 아직 반도 못 했다"고 전했다.
국토위는 앞서 지난달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정재 국민의힘(정부여당안)·조오섭 민주당·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세 건의 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의하도록 한 바 있다.
여야는 우선 정부여당안에 명시된 ▲경매 유예 ▲우선매수청구권 ▲전세금 융자 또는 세금 감면 ▲전세사기범 가중처벌 ▲피해자 요건 등 다섯 가지를 주로 논의했다.
여야는 이 가운데 피해자 요건을 두고 장장 3시간 넘게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야당의 거듭된 반대에 정부 측에서 피해자 적용 범위를 탄력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일단 정부 측은 인천 미추홀구 피해 주민의 99%가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재 의원은 "(피해자) 적용 범위가 조금 바뀌었는데 미추홀구는 어느 정도 전수조사가 돼 모든 분들이 지원대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의원들이 계속해서 의견을 내는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야당은 정부안으로는 피해자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피해 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피해 범위를 '전세사기'로 제한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기에 대한 판단은 법무부 소관이지 국토교통부 소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빌려준 뒤 사기범들의 재산을 몰수하고도 남은 빚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할지가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를 들어 피해자에게 7000만원을 빌려줬는데 사기범에게 2000만원밖에 몰수하지 못한 경우 나머지 5000만원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전세사기 사태를 개인 책임으로 볼지 또는 사회 공동체 차원의 책임으로 볼지에 대한 논쟁도 일었다. 정부는 세금으로 모든 사기 사건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반면, 야당 의원들은 인천 미추홀구 피해자에 한해서만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법안인데도 피해자들이 거리로 나앉게 되는 상황을 지켜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일단 법안을 1회독하면서 이견을 좁힌다는 계획이지만, 타결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맹성규 민주당 의원은 "어떤 피해자에게 적용해야 할지 3시간 동안 논의했다. 그 정도로 법안을 만들어 진행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여당과 잘 협의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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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