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회 "계엄군, 형사처벌 가능성에 진술 겁내"
조사위 "법을 잘못 해석…처벌만 강조한 거 아냐"
신군부의 명령으로 광주에서 학살 범죄를 저지른 계엄군(특전사)의 처벌 문제를 둘러싸고 법적 논란이 일고 있다.
"형사처벌 등을 두려워해 양심고백을 꺼린다"는 주장과 "관련법을 잘못 해석할 경우 진상조사에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는 9일 오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진상규명법)이 계엄군의 양심고백을 막아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진상규명법) 내 제48조를 지적하며 법에 모순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항은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진상규명에 협조하고, 이후 해당 내용이 진실에 부합할 경우 처벌하지 않거나 감형할 수 있도록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관계기관에 건의한다'고 적시돼 있다. 또 '형사소송 절차에 의해 유죄로 인정된 경우 대통령에게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특별사면과 복권을 건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부상자회는 5·18 진압 당시 투입된 계엄군들이 해당 조항 탓에 형사처벌과 유죄 선고 가능성을 두려워 해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법 제732조를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조항은 '화해 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양보한 권리가 소멸되고 상대방이 화해로 인해 그 권리를 취득하는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다. 단체는 5·18 계엄군들이 시민들을 폭행하고 총상을 입힌 점에 대해 가해자로서 사과했다며 피해자들이 '사과'라는 '권리'를 취득했기에 민법상 문제될 것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5·18진상조사위는 즉각 반발했다. 진상규명법은 처벌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닌데 처벌 가능성만을 강조하는 식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삼은 진상규명법 제48조는 향후 5·18과 관련한 뚜렷한 처벌근거가 생길 경우를 대비한 규정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해당 조항은 향후 5·18과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경우 '명령에 의해 움직였다'는 가해자 진술을 반박하고 범죄사실을 적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선례"라며 "5·18 당시 진압·발포명령을 내리고 실탄 배분을 실행한 사람들에게 살인죄 등 관련법을 적용시킬 지의 여부는 사회·정치적 분위기 조성이 먼저"라고 했다.
그러면서 "5·18 당시의 학살에 대한 가벌성을 현재 논의할 시기는 아니다. 관련법을 잘못 이해해 논의할 경우 처벌가능성만을 인지시키는 것처럼 비춰져 오히려 조사위의 진상조사를 막아서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진실은 결단과 양심의 문제이지 법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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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외전남 / 손순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