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의 "통증, 지속적 손상…피해아동 굉장히 힘들었을 것"
12세 초등학생 아들을 학대해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지게 한 계모가 수감 중 출산한 갓난아기를 안고 법정에 출석했다.
계모 품에 안긴 아기와 대조적으로 숨진 피해아동은 신체 손상 등으로 생전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류호중)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살해),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및 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계모 A(43)씨의 2차 공판을 진행했다.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A씨는 옥중 출산한 갓난아기를 담요에 감싸 안고 들어왔다. A씨에게 안긴 아기는 잠을 자는 듯 조용하다 가끔 보채는 소리를 냈다. 그럴 때마다 A씨는 아기를 쓰다듬으며 달랬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는 A씨가 갓난아기를 쓰다듬는 모습과 대조적으로 피해아동을 학대한 정황과 사진이 공개됐다.
검찰은 숨진 피해아동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부검의 B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B씨는 "피해아동을 처음 봤을 때 되게 말랐고 자체 손상이 많았다"면서 "첫 인상은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아동의 다리에 혈전증이 있고 멍 등의 손상이 많아 잘 걸어 다녔어도 통증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일회성도 아니고 지속적인 손상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아이는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또 피해아동의 음낭 부위 상처에서는 아동학대를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보인다고 했다.
B씨는 "피해아동의 회음부에 있는 성인 엄지손톱 크기의 딱지는 계속 묶인 채 앉아있었거나 피부병으로 인한 위생 문제 등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라면서 "소아의 경우 학대나 방임의 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아동의 입 부위 상처와 관련해 부모가 왜 치료받게 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피해아동의 입 가장자리부터 안쪽 점막과 입천장, 혀 뒤쪽 부위는 치유 진행 중인 손상이 발견됐다.
B씨는 "해당 부위가 동시에 손상된 것은 뜨거운 음식이나 자극적인 화학물질을 먹어 화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이 정도 화상이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정도인지", "손상 부위에 실제 치료는 이뤄졌는지" 물었다.
그러자 B씨는 "피해아동이 병원에서 화상 치료받은 흔적이나 기록은 없었다"며 "상식적으로 아이가 다쳤는데 부모라면 병원에 데려갈 수밖에 없지 않냐, 왜 병원에 안 데려가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어진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숨진 피해아동의 멍든 팔, 다리, 몸통 부위의 사진이 공개됐고, 그럴 때마다 법정 내에서는 탄식이 이어졌다.
말 그대로 피해아동의 온몸은 멍투성이였고, 다리에 발생한 상처만 232개라는 것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 상처인지 실감케 했다.
이날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및 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로 함께 구속기소된 친부 C(40)씨는 재판 중 계속 눈물을 흘렸다.
앞서 지난 4월13일 열린 첫 재판에서 A씨와 C씨는 모두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계모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난 2월7일까지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의붓아들 D(12)군을 상습적으로 때리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연필로 D군의 허벅지를 찌르거나, 눈을 가리고 의자에 결박하는 등의 방법으로 D군을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부 C씨도 지난해 친아들 D군을 상습적으로 학대하고 유기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D군은 사망 당시 키 148㎝, 몸무게 29.5㎏으로 건강 및 영양 상태가 매우 불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기였던 D군은 장기간의 학대로 인해 1년 만에 체중이 8㎏ 감소하기도 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2월7일 숨진 D군의 몸에서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멍 자국을 여러개 발견하고 A씨 부부를 긴급체포했다.
한편 D군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학교에 가지 않고 부모가 집에서 직접 돌보는 '홈스쿨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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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