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성 "국민부담 등 고려할 때 인상 쉽지 않아"
"그동안 요금현실화 노력…에너지가격 하향세"
정부가 16일 한국전력의 연료비 조정단가를 기반으로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한다. 3분기 요금은 21일에 지연 없이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전력은 이날 3분기 전기요금 책정의 기반이 되는 7~9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조정단가는 기준연료비와 실적연료비 차이에 변환계수를 적용해 산출한다. 실적연료비란 지난 3개월 동안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BC유의 무역통계가격 평균가격을 말한다.
한전은 매 분기 마지막 달의 16일까지 조정단가를 산업부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면 산업부는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이를 바탕으로 인상 시기와 수준 등을 검토한 뒤 당정 협의를 거친다. 이후 산업부 산하의 독립기구인 전기위원회를 거쳐 결정하는 순이다.
앞서 에너지 부문을 총괄하는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취재진에게 "국제 에너지 가격 추이와 우리 물가, 국민 부담과 능력, 한전의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한전에서 연료비 조정단가 자료를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관계부처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매 분기 마지막 달인 21일에 한전이 최종 요금을 발표하게 돼 있지만 최근 전기요금 발표는 늦어지곤 했다. 심지어 지난 2분기 한 달 넘게 지연됐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3분기 전기요금은 정확히 21일에 발표된다고 에너지 당국 및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한전의 자료 제출을 기점으로 3분기 요금 논의를 본격 시작하겠지만, 이미 요금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강 차관의 발언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그는 지난 14일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국민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차관은 이날 "그동안 정부에서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많이 올렸다"며 "최근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기록 중이다. 유가와 유연탄 가격, 가스 도매가격도 내려온다는 점 등을 두루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전기요금은 1·2분기 연이어 13.1원, 8원 인상됐다. 지난해 3차례 인상분까지 포함하면 총 인상폭은 39% 정도다. 한전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누적 44조원 규모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는 한전 적자를 해소하는 것보다 서민 부담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3분기는 여름철 전력수요가 커지는 때인 만큼 냉방비 폭탄 사태를 우려한 결정으로도 풀이된다.
지난 2분기 요금 결정을 앞두고 열린 당정 협의회에서, 인상 결정이 한 달 반 미뤄지고 그 과정에서 한전 사장이 사퇴하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에 전기요금이 추가 인상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에 추가 인상 시기를 놓치면, 4분기에는 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요금의 결정은 정부에 있다고 산업부는 말하지만, 지난 2분기 요금 인상 때 여실히 드러난 것처럼 여당의 반대로 당정 협의에서 난항을 겪을 수 있어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9월 말부터 본격 총선 시즌이 다가온다. 2분기 요금 인상을 앞둔 때보다 민심에 더 민감한 상황"이라며 "당정 협의에서 요금 인상을 반대하는 여권 의견이 더 나올 수 있다. 당정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에서 올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다시 추산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도 있다.
앞서 산업부는 한전과 지난해 말 요금 정상화를 위해 기준연료비를 포함한 올해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kWh 당 51.6원으로 산정했다. 물론 상반기 전기요금 인상폭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1.1원에 그친다. 이를 토대로 하면 하반기에 추가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산업부에서 재산정한 결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강 차관은 "앞선 예측과 (다시 산정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추이는 선물 가격으로 예측하는데, 예측이라는 것은 항상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추이를 보며 살피는 중"이라며 "당시에는 맞는 수치였지만, 지금은 다시 보고 있다. (달라진다면 국회에 보고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업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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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