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시, 건축허가 취소·계획변경 불허 위법"
소각시설 94.8t·건조시설 200t 규모 추진
충북 청주시가 폐기물 처리업체와의 행정소송에서 또다시 역전패했다.
소각·매립장 밀집 지역인 북이면, 오창읍에 이어 강내면에도 대규모 소각장이 신설될 가능성이 커졌다.
청주시는 민선 7기 이후 소각장 신·증설을 막기 위해 수년간 법적 공방을 벌였으나 그 이전 행정행위에 스스로 발목이 잡혔다.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행정1부(부장판사 김진석)는 12일 주식회사 대청그린텍이 청주시 흥덕구청장을 상대로 낸 '건축허가 취소처분 취소 등 청구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미 조성 완료된 공장 용지에 건축물을 건축하는 것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개발행위허가(토지형질변경) 대상이 아니다"라며 "개발행위허가 심사 누락에 따른 기준 부적합을 이유로 건축법상 건축허가를 취소하는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청주시는 원고에게 내린 건축허가 취소처분과 건축허가 변경신청 불허처분을 취소하라"고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대청그린텍은 2017년 청주시로부터 사업계획 적합 통보와 건축허가를 받은 뒤 흥덕구 강내면 연정리 208-2 일대에 폐기물 처리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루 처리 용량은 소각시설 94.8t, 건조시설 200t이다.
민선 7기 들어 소각장 신설 불허 방침을 세운 청주시는 2019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미제출, 환경성조사서 부실·축소, 중대한 사정 변경(미세먼지 심각) 등을 이유로 사업계획 적합 통보 결정을 취소했으나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사업계획 적합 통보 후 이 결정을 번복한 청주시의 행정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다고 판단했다.
청주시는 건축허가 취소 결정으로 반전을 꾀했다.
지난해 초 금강유역환경청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개발행위 심사 누락, 주민 환경피해 가중 등을 새 사유로 내세워 건축허가 변경신청을 불허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에서 벗어나고자 대상 면적(1만㎡) 미만으로 대지면적을 축소하려는 업체 측의 변경 계획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는 곧이어 허가 기간 내 공사 미착수 및 공사 완료 불가능을 이유로 건축허가를 취소했고, 업체 측은 행정소송으로 다시 한 번 맞섰다.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청주시가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토지형질변경) 허가기준 충족 여부 심사를 누락한 채 건축법상 건축 허가를 위법하게 발급했다"며 "이 심사가 누락된 이상 청주시가 건축 허가를 직권으로 취소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는 개발행위 허가를 받지 않음으로써 시설부지 확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개발행위허가 기준 부적합 사유는 기존의 처분 사유 중 '공사 완료 불가능' 사유를 구체화한 것으로서 새로운 처분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청주시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미 조성된 공장용지에서의 건축 행위를 토지형질변경 범주 밖으로 판단하고, 건축허가에 수반돼야 할 개발행위 허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청주시의 민간 폐기물 소각시설은 7곳으로 늘게 된다. 현재 북이면 3개 소각시설 등 6곳의 소각량은 전국의 18%가량을 차지한다.
강내면에는 청주시에서 운영 중인 광역소각시설도 있다.
시 관계자는 "판결문을 자세히 살펴본 뒤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되지 않는 한 이 폐기물 처리시설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올해 들어 청원구 북이면 ㈜클렌코와의 영업허가 취소 소송, 오창읍 후기리 ㈜에코비트에너지청원과의 도시관리계획 결정 입안제안 거부 소송에서도 잇따라 역전패 했다.
클렌코와의 소송은 지난달 말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고, ㈜에코비트에너지청원에 대한 상고심은 진행 중이다.
2021년 금강유역환경청의 사업적합 통보를 받은 북이면 소각시설(디에스컨설팅)을 건축 불허로 맞서 승소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는 타 기관의 행정행위를 재량권으로 막았다는 점에서 다른 성격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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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본부장 / 유상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