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상으로 유공자 지정됐지만 횡령 전과 보유
유족, 보훈처 결정에 소송냈지만 법원은 기각
法 "존엄, 영예성 보존 위해 심의권 보장한 것"
한국전쟁 참전 중 부상을 당해 국가유공자로 지정됐지만 배임·횡령과 같은 전과가 있다면 국립묘지 안장은 허용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신명희)는 6·25 참전 용사를 부친으로 둔 A씨가 국립서울현충원장을 상대로 "안장 비대상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 5월25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 부친인 B씨는 1950년 발발한 6·25 전쟁 당시 18세의 나이로 국군에 입대했다. 그는 전쟁 3년차인 1952년 전투 도중 총상을 입었고, 1961년 전상군경 상이등급 2급을 받아 국가유공자로 지정됐다.
문제는 B씨 사망 이후 A씨가 부친의 국립묘지 안장을 신청하며 시작됐다.
국가보훈처 소속 국립묘지 안장대상심의위원회(심의위)는 A씨의 안장 건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는데, 국립묘지법상 비대상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내리고 지난해 4월 이를 통보했다.
심의위는 B씨에게 2건의 전과가 있다는 점을 사유로 들었다.
B씨는 1959년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서 상해 및 업무상 횡령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이 형이 확정됐다. 2년 뒤인 1961년에는 같은 법원에서 업무상 배임죄로 징역 8월 실형을 받기도 했는데, 이 같은 전력으로 망인이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는 게 심의위 판단이었다.
A씨는 이에 반발해 올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 역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부친의 횡령 혐의에 대해 개인적으로 착복해 이익을 취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부친이 징역형의 유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이는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행위가 아니며, 무공훈장 등 수회의 포상을 받아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하는 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관련 법이 안장 대상자의 부적격 사유를 규정하면서도, 심의위 심의 권한을 폭넓게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국립묘지법 제5조는 안장 부적격 사유인 영예성 훼손 여부에 대한 심의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그 범위 등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국가를 위해 희생·공헌한 사람이 사망한 때 요건을 갖췄더라도 범죄행위 등으로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인정될 경우 대상에서 제외해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국립묘지 자체의 존엄을 유지하고 영예성을 보존하기 위해 심의위에 다양한 사유에 대한 광범위한 심의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며, "따라서 영예성 훼손 여부에 대한 심의위 결정이 현저히 객관성을 결여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심의 결과는 존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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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