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이 쓰는 '국유지' 허락 없이 주차…1·2심 "주거침입"

실제 거주자가 권한 행사해온 장소에 무단주차
"지적도상 국유지 혐의 성립 안돼" 주장했지만
2심도 벌금형 유지…"위요지도 주거로 볼수있어"

타인이 실질적으로 마당으로 사용하는 공간. 지적도상 국유지에 해당하는 곳에 허락 없이 차를 세웠다면 주거침입에 해당할까.



사건은 A씨가 지난해 어느 날 늦은 밤 경북 영천시 한 임야에 주차를 하며 시작됐다.

이 공간은 B씨가 주거지 진입로 및 마당으로 사용하는 공간이었다.

특히 해당 장소를 차량으로 진입하려면 B씨의 사유지를 지나쳐야만 했기에 B씨는 진입로에 사유지라는 표시와 함께 철제 출입문을 설치하는 등 경계를 알리기도 했다. B씨는 진입로에서 실제 자신의 마당에 이르는 공간까지 도로를 포장하기도 했다.

B씨는 A씨가 차를 세운 지 30분 만에 이를 알아차린 뒤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이 사건으로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수 개월 간 집을 지을 목적으로 B씨에게 이 사건 진입로를 사용하게 해 달라고 요청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는데, 사건 당일에는 B씨 동의 없이 닫혀 있던 미닫이 철제출입문을 밀고 차량을 주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이 주차한 공간이 국유지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A씨는 "(B씨의) 무단점유를 제거하고 공로로 반환을 요청하는 차원에서 B씨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주차하고 귀가했을 뿐 주거침입 고의가 없었다"며 "또 주차 장소는 지적도상 도로이자 국유지이므로 B씨의 주거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A씨의 주거침입 혐의를 유죄로 인정,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역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A씨 청구를 기각했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항소2-1부(부장판사 이영화)는 해당 장소가 국유지라 할지라도 B씨가 자신의 사용을 분명히 한 만큼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요건을 갖췄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주거침입죄의 주거는 단순히 가옥 자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정원 등 위요지(일정한 토지를 둘러싸는 둘레의 땅)를 포함하는 것"이라며, "개방된 장소라도 필요시 관리자가 출입을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기에 이 같은 의사에 반해 무리하게 주거 또는 건조물 구내에 들어간다면 주거침입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A씨)이 주차한 마당은 지적도상 도로이자 국유지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실제 도로로 사용되지 않았다"며 "피해자(B씨)는 이 공간을 주거지 진입로 및 마당으로 사용하며 사실상 권한을 행사해왔고, 피고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출입 의도와 방법 및 출입 시각 등에 비춰 통상적인 방법에 따라 진입로를 출입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는 주거권자 의사에 반해 피해자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깨뜨렸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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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