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첫 안보리 북한인권 공개토의 성사
탈북민 직접 증언…"北주민도 인간다운 삶 선택할 권리"
중러 "안보리 소관 아냐" VS 한미일 "인권 없이 평화 없다"
무려 6년 만에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인권 공개토의에서 북한 정권을 질타하는 탈북민의 목소리가 한국어로 울려 퍼졌다.
유엔 안보리는 17일(현지시간) 오전 지난 2017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 인권을 의제로 공개토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지난 2011년 탈북해 남한에서 대학을 졸업한 탈북민 김일혁씨가 참석해 북한 인권의 참상을 증언했다.
미국과 한국, 일본이 공동 요청한 이번 회의는 당초 상임이사국인 중국 등의 반대로 투표를 거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공개 반대 표명이 없어 투표 없이 의제가 채택됐다.
◆"北, 주민 피땀 사치와 미사일에 쏟아…독재 영원할 수 없다"
김씨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 정부에는 주민을 돕는 정책은 없다"라고 했다. 이어 "정권은 우리의 피와 땀을 지도부의 사치스러운 삶과 우리 노력을 허공으로 날리는 미사일에 쏟아붓는다"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 단 한 발에 사용하는 돈이 우리를 세 달간 먹일 수 있다"라며 "하지만 정권은 이를 신경쓰지 않으며, 오로지 권력 유지와 핵무기 개발, 그들 행동을 정당화할 선전 활동에만 주의를 기울인다"라고 했다.
그는 이날 탈북 이후 북한에 남은 자신 고모가 북한 당국에 붙잡혀 고문을 당한 후 수용소에서 숨진 정황을 낱낱이 밝혔다. 당시 3세, 5세의 조카가 있었는데, 그는 "내 고모와 조카들이 왜 그런 운명에 처해져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발언 말미에 회의장에서 한국어로 "독재는 영원할 수 없다"라며 "더 이상 죄를 짓지 말고 이제라도 인간다운 행동을 하라. 우리 북한 사람들도 인간다운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인권 없이 평화 없어…안보리, 인권 보호 평화·안보 의제 중심 삼아야"
역시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이날 북한의 인권 상황이 계속 악화한다며 식량 및 의료 접근성 문제 등을 거론했다. 아울러 "안보리가 인권 보호를 우리 평화와 안보 의제에서 중심에 두기를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인권 없이 평화를 누릴 수 없다. 북한이 사례"라며 "김정은은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사회 통제로 불법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자원을 쏟는다"라고 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아울러 "미국은 인권 문제를 이달 의장국 기간 핵심 초점으로 삼았다"라며 "조국과 세계에서 인권과 근본적 자유를 계속 증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시카네 기미히로 유엔 일본대사는 "인권 유린과 국제 평화·안보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북한에서만큼 명확할 수는 없다"라며 "이런 깊은 우려를 다루는 일이 안보리의 향후 임무에 명확한 중심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러 "안보리 책임은 국제 평화·안보…인권은 소관 아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에서의 인권 논의에 불만을 드러냈다. 겅솽 유엔 중국 부대사는 이날 "유엔 헌장에 따르면 안보리의 우선 책임은 국제 평화 안보 유지이고, 인권 문제 대응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에서의 인권 상황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위협을 제기하지 않는다"라며 "안보리가 북한 인권을 고려하도록 압박하는 일은 상황을 완화하기보다는 긴장을 고조할 뿐이다. 이는 무책임하다"라고 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러시아 유엔 차석대사 역시 "오늘 우리는 또 한 번 안보리 서방 이사국과 의장국인 미국이 이사회를 그들 정치적 의제에 활용하는 모습을 본다"라며 인권 문제가 안보리 권한에 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폴랸스키 차석은 이어 "오늘의 회의 소집은 미국과 동맹이 역내에서 이뤄지는 그들의 무모한 긴장 고조 행위로부터 주의를 돌리고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고조하려는 자기중심적이고 위선적인 시도일 뿐"이라고 했다.
◆한국 "인권 정치화 주장으로 현실 외면 못 해…北, 외부 활동도 내부 상황 연장선"
이에 역시 회의에 참석한 황준국 유엔대사는 "안보리 내에서의 북한 상황 논의가 인권을 정치화한다고 주장함으로써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라며 "인권 유린을 통치와 정치적 목적 달성 수단으로 삼는 건 북한"이라고 반박했다.
황 대사는 아울러 "북한이 바깥 세계에서 하는 일은 그들 내부에서 하는 일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이라며 이에 관해 안보리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국제 평화와 안보가 오히려 위기에 처하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사는 "한국은 인권과 비확산 모든 면에서 북한 상황 개선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내년 비상임이사국 활동을 앞둔 우리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 공식 의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사회 차원 성명 없어…한미일 주도로 회의 이후 별도 성명
이날 6년 만에 북한 인권을 두고 토의가 열리기는 했지만, 그간 안보리에서 북한을 두둔한 중국과 러시아로 인해 이사회 차원의 성명 등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한미일 주도로 여러 국가가 회의 이후 별도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 학대 및 유린은 신뢰할 수 있는 이들에 의해 문서로 잘 작성돼 있다"라며 "북한은 그들 땅에서 잔혹한 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성명은 북한이 그들 주민은 물론 외국인을 상대로도 인권 유린을 자행하고 있다며 "이런 인권 유린과 학대는 이사회의 주의를 필요로 한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 정권은 그들 주민 복리를 무기 개발 자원으로 전용한다"라며 "모든 회원국이 북한 인권과 국제 평화·안보 간의 연결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를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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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