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에 5·18 당시 군 장비 두 달 넘게 방치…"활용 검토"

헬기·장갑차 등 5대 들여와 야외전시 추진…'트라우마' 우려로 무산
사업계획 구체성·의견 수렴 부족 지적…"설명회 열어 대안 찾을 것"

광주시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유혈 진압에 쓰였던 헬기·전차와 동일한 군 장비를 들여와 놓고 두 달 넘게 방치하고 있다.



진압 피해자들의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자극할 우려가 제기돼 기존 전시 계획이 무산되면서, 애당초 사업이 구체적이지 않았고 의견 수렴 절차도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1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경기 소재 한 군부대에서 장갑차 3대와 무장헬기 1대, 전차 1대 등 군 기동장비 총 5대를 넘겨 받았다.

해당 군 장비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진압 작전에 썼던 장비와 같은 기종이다. 현재는 일선에서 물러난 도태·폐기 대상 장비다.

시는 옛 전남도청복원협의회의 요구에 따라 군 부대로부터 해당 장비들을 인수, 지난해 9월부터 '5·18 출동 기종 장비 이전 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의 요지는 장비들을 광주 서구 치평동 5·18자유공원에 야외 전시, 항쟁사 교육에 활용하겠다는 것이었다.

5·18자유공원은 항쟁 당시 전투교육사령부 계엄분소와 상무대 영창이 있었던 곳으로, 시민 구금·고문의 아픈 현장이기도 하다.

5·18 당시 계엄군이 썼던 군 장비를 통해 무자비한 진압 실상을 생생하게 전달, 항쟁사 교육에 활용하겠다는 취지였다. 특히 들여온 장비 중 장갑차 1대는 항쟁 당시 시민군이 탔던 지휘장갑차와 같은 기종인 만큼, 보존 가치도 있다고 봤다.

그러나 항쟁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트라우마를 자칫 자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면서 당초 전시 계획은 연기됐다.

운송비 9000만 원까지 들여 옮겨온 해당 장비들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자, 시는 5·18교육관 내 주차장에 세워뒀다. 두 달 넘게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장비 인수·운송에 앞서 뚜렷한 활용 계획 수립과 사업대상지 선정 절차 등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5·18 출동 기종 장비 이전 전시사업'의 적정 여부를 둘러싼 비판은 시 의회에서도 나온 바 있다. 지난해 말 의회에 제출된 사업 예산은 2차 피해·공론화 부족 등을 이유로 소관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됐다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되살아나기도 했다.

시는 오는 25일 오후 2시 5·18민주화운동교육관 1층 대강의실에서 주민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치평동 인근 주민과 5월 단체, 트라우마 관련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5·18 출동기종 이전·전시사업 내용과 전시 디자인안 등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다.

시는 앞서 사업 추진을 위해 5월 단체 등의 의견을 듣고, 5·18자유공원 전시 설치에 전원 찬성의 회신을 받았다.

박용수 민주인권평화국장은 "주민설명회를 통해 시민, 5월단체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5·18의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을 담아내고, 시민 모두가 공감하는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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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주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